안중선 화백 ‘기서화’ 재능기부
칡서는 칡을 묶어 만든 붓으로 쓴 글씨를 말하며 고대에 국가의 중요한 점괘 등을 기록하는 데 사용됐다. 칡서는 인간의 사주와 체질을 구성하는 기(氣)의 흐름을 담아내기 때문에 ‘기서화(氣書畵)’라고도 불린다.
안 화백의 이번 작품 재능 기부는 고희(古稀)를 살아온 인생의 길목에서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으로 마련된다. 그의 작품은 서예와 그림의 경계를 넘나든다. ‘글인 듯 글이 아니고 그림인 듯 그림이 아닌, 새로운 생명력을 표현하는 그의 작품은 선의 구성에 의한 사물의 미적 형태를 통해 신비한 세계를 담아내고 있다.
동양 칡서 연구소장을 역임하고 있는 안 화백은 동양철학자, 시인, 행위예술가 등 다방면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삶을 훈련할 수 있도록 갤러리를 통해 사진·칡서 등 해설 강의 아카데미를 진행했다. 그는 “떠오르는 해는 ‘희망’이며 지는 해는 절망이 아닌 ‘휴식’”이라며 오늘을 사는 젊은이에게 견디며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당부했다.
안 화백의 이번 재능기부 행사는 작품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소장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가을 오픈하는 제주도 ‘씨엘로갤러리’에서 상설전시를 통해 안 화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정상연 기자 j3013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