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현장점검 등 엄중대처” 경고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21일 간부회의에서 “강화된 대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신용대출, 개인사업자대출 등 편법을 부추기는 금융회사는 현장 점검을 통해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진 원장은 “규제 강화로 줄어든 대출 자금을 신용대출로 조달하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재연될 수 있다”며 “부동산 임대업을 중심으로 개인사업자대출이 크게 증가하는 것도 이번에 대출 규제가 강화된 게 원인인지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거듭 강력한 단속 의지를 내비쳤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농협 등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6일 현재 93조1171억 원으로 이달 들어 5882억 원 늘었다. 올 상반기 개인사업자 대출액도 20조4000억 원 증가해 전년 같은 기간(15조6000억 원)보다 증가폭이 31% 커졌다. 신용대출이나 사업자대출은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향후 경기가 나빠지면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신용대출의 비중이 커질수록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관리 규정상 신청 용도에 맞지 않은 대출 승인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원칙은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지금까지 은행권에선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때문에 대출액이 부족해진 고객에게 은행 직원들이 신용대출과 사업자대출을 ‘안내’하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하기 두세 달 전에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주거나 개인사업자에게 운전자금(인건비 등 영업비용 목적), 시설자금(건물, 기계 구입 목적) 등의 명목으로 대출을 유도하는 식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사 관계자는 “고객이 대출을 용도에 맞춰 쓸 테니 돈부터 달라고 요구하면 특별한 증거가 없는 한 이를 들어주지 않는 창구 직원은 없다”고 귀띔했다. 신용도에 문제가 없는 고객이 대출을 원하는데 이를 거절했다가는 민원이 발생하거나 다른 은행으로 고객을 뺏길 위험이 있어서다.
금융당국의 적발이 어렵다는 점도 편법 대출을 부추기는 요소다.
원칙적으로 금융당국은 은행업 감독규정 등에 따라 대출 용도를 어긴 고객과 금융회사를 모두 징계할 수 있다. 가령 직원 월급을 주겠다며 운전자금을 받아간 고객이 이를 용도와 달리 주택 구입에 썼다면 해당 금융사를 통해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다. 대출을 내준 금융사나 직원도 징계 대상이다. 하지만 이를 확인하는 게 쉽지 않다.
개인 신용대출은 입출금 내용이 복잡해 사실상 추적이 불가능하다. 사업자대출은 대출 3개월 안에 용도에 맞게 사용했다는 영수증을 제출해야 하지만 차주가 가짜로 영수증을 만들어 낼 경우 진위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돈을 빌리기 직전에 사업자등록을 한 차주 등을 샘플 조사하는 방법으로 단속해 최대한 풍선효과를 막겠다”며 “창구 직원과 대출모집인 등에 대해서도 철저한 교육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