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영 울산과기원 교수 개발
세탁하고 비틀어도 멀쩡히 작동… 웨어러블 기기에 활용 무궁무진

이상영 교수가 개발한 바르는 배터리는 세탁을 하거나 다림질을 해도 고장 나지 않는다. 손바닥 크기 배터리로 최대 20분 동안 LED를 켤 수 있다. 이상영 교수 제공
스마트 워치나 밴드 등 각종 첨단 웨어러블 기기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기기를 작동시킬 동력원인 배터리는 지금까지 큰 기술 변화가 없었다.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원통형이나 직육면체 형태로만 만든다. 배터리 내부에는 음극과 양극이 있는데 외부에서 충격을 받아 두 극이 닿으면 폭발하고, 리튬이온을 이동시키기 위해 내부를 액체 전해질로 채웠기 때문이다. 폭발을 막고 전해질이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게 밀봉하려면 단단한 고체 용기가 반드시 필요했다. 이 교수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불안정한 이유를 액체 전해질에서 찾았다. 액체 전해질을 고체와 유사한 겔(gel) 형태로 바꿔 전해질이 이온 이동과 분리막 기능을 동시에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이 교수는 양극과 음극, 전해질을 마요네즈나 머스터드 정도 점성을 가진 겔 상태로 만들고, 레진(resin)처럼 자외선을 쬐면 굳는 화학물질을 첨가했다. 이후 옷감에 양극 겔을 먼저 바르고 그 위에 전해질 겔, 음극 겔을 순서대로 쌓아 바른 뒤 자외선을 쬐여 굳혔다. 겉으로 보기엔 물감으로 그린 그림 같지만 제일 밑면에 칠해진 양극 겔과 제일 위에 칠해진 음극 겔에 전선을 갖다 대면 발광다이오드(LED) 전구에 불을 켜는 배터리로 작동한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