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어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부적합 농가가 모두 52곳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들 부적합 농가를 제외하고는 계란 유통을 정상화했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통 단계의 ‘살충제 계란’ 451만 개를 압류하고 243만 개는 농가에서 폐기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살충제 농도가 가장 높은 계란을 성인이 한꺼번에 39개를 먹더라도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설명했다. 먹거리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비자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무엇보다 친환경 인증 농가에서 살충제가 검출되면서 안전 관리 시스템에 대한 소비자의 믿음이 무너진 탓이다.
동아일보는 최근 충남 태안군 농장 ‘사람과 동물이 행복한 심다누팜’ 사례를 소개했다. 농장주 김성한 씨는 산란계 2500마리를 6000m²의 초원에서 키운다. 방목한 닭들은 병치레가 없어 살충제는커녕 항생제도 쓸 필요가 없다. 여기서 생산된 계란은 보통 계란보다 2, 3배 비싸지만 이번 사태 이후 농장 인터넷카페 회원이 2000명 이상 늘었다. 무항생제 인증 마크도 없다. 김 씨는 “무항생제 인증이 의미가 없어 신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형식적인 인증이 아니라 안전하다는 믿음이 소비자를 끌어들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식품 안전을 위한 국가식품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살충제 계란 사태는 먹거리 안전에 관한 정부의 정책과 대처가 얼마나 허술한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계란이 이러니, 다른 먹거리에 대한 국민 불안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추락한 신뢰를 회복할 만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제시해야 한다. 농식품부와 식약처로 나뉜 안전 관리 체계를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유명무실한 안전 인증 및 관리 제도도 정교하게 손봐야 한다. ‘공장식 사육’ 대신 방목 같은 사육 방식의 전환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