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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파격’ 김명수 후보, 사법부 독립과 개혁 적임자인가

입력 | 2017-08-22 00:00:00


김명수 춘천지법원장이 어제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됐다. 김 후보자는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사실상 그 후신 격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냈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법원행정처가 사법 개혁과 관련한 학술대회를 축소하기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한 법원 내 모임이다. 그는 3월 대법원이 소집한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을 학술대회 외압 의혹과 관련해 강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김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15기다. 2기인 양승태 대법원장보다는 13기수가 내려왔다. 대법관 13명 중 그보다 기수가 낮은 대법관은 4명에 불과하다. 그는 조진만 대법원장 이후 49년 만에 대법관을 거치지 않은 대법원장 후보이기도 하다. 그가 사법부의 고루함을 덜어내고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파격적인 기수와 서열 파괴로 인사 등에서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법원 내 대표적 진보 인사이자 상대적으로 젊은 대법원장을 지명한 것은 법원을 재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과거 일부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들처럼 튀는 판결이나 발언으로 사회적 논란을 빚은 적은 없다.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법원 내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하지만 이런 파격 인사가 법원 내 ‘줄 세우기’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사법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김 후보자가 국회 인준 과정을 거쳐 대법원장이 된다면 안팎의 거센 사법 개혁의 요구에 응해야 한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사태로 소집된 전국판사회의는 판사회의에 사법행정에 대한 결정권을 부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회 개헌특위에서는 내년 헌법 개정을 위해 사법평의회 등 다양한 사법 개혁안을 내놓고 있다. 김 후보자가 법원이 맞닥뜨릴 변화에 따르는 혼란을 줄이면서 법원을 개혁할 능력을 갖고 있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차기 대법원장은 개헌 여부와 관련 없이 문 대통령 임기 중에는 대법관 제청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김 후보자가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의 성향에 맞춰 제청한다면 분립된 삼권(三權)의 한 축을 책임지는 대법원장의 자세라고 할 수 없다. 지금 대법원에 필요한 인물은 보수, 진보의 성향을 떠나 법원공동체의 객관적 양심에 따라 판결할 수 있는 대법관이고 그런 대법관을 제청할 수 있는 대법원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