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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파괴’ 대법원장 후보

입력 | 2017-08-22 03:00:00

문재인 대통령, 김명수 춘천지법원장 지명
기수파괴, 양승태보다 13기 아래
경력파괴, 법원장→대법원장 직행
진보성향,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에 김명수 춘천지법원장(58·사법연수원 15기)을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본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통과하면 9월 24일 임기를 마치는 양승태 대법원장(69·2기)의 후임 대법원장으로 임명된다. 이 경우 49년 만에 대법관 출신이 아닌 대법원장이 되는 것이다. 법원장이 곧바로 대법원장으로 발탁되는 것은 사법 사상 처음이다.

김 후보자는 양 대법원장보다 사법연수원 13기수 후배다. 현직 대법관 13명 중 9명(11∼14기)이 김 후보자의 사법연수원 선배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파격 인선이라는 평가에 대해 “김 후보자는 춘천지법원장으로 재직하며 법관 독립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가지고 사법 행정의 민주화를 선도하여 실행했다”며 “관행을 뛰어넘는 파격이 새 정부다운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김 후보자는 인권 수호를 사명으로 삼아온 법관으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배려하는 한편 (법원 내 학술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기틀을 다진 초대 회장으로 인권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2004년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또 2011년 우리법연구회의 명맥을 잇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출범 당시 초대, 2대 회장을 맡았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현재 법원 개혁에 앞장서고 있다.

청와대와 법조계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대법원장에 임명해 본격적인 사법부 개혁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법부 개혁은 원칙적인 과제”라며 “대법관 출신이 아닌 김 후보자를 지명했다는 점은 파격적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그만큼 새 정부의 사법 개혁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부산 출신으로 부산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김 후보자는 1986년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로 임관해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거쳐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특허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시절 민사재판 실무 지침서인 민사실무제요 발간위원으로 활동했다. 또 대법원 재판연구관 당시 민사조장을 지내 민사법 전문 법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초 박시환 전 대법관(64·12기)과 전수안 전 대법관(65·8기)을 대법원장 후보로 유력하게 검토했지만 두 사람 다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석 coolup@donga.com·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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