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환, 문재인 대통령 직접요청에도 거절 김영란도 한때 물망에 올라
청와대가 21일 대법원장 후보자로 김명수 춘천지법원장(58·사법연수원 15기)을 지명하기 직전까지 법원 안팎에서는 박시환 전 대법관(64·12기)과 전수안 전 대법관(65·8기)을 유력한 후보군으로 보았다. 대법원장은 전·현직 대법관 가운데 나오는 것이 오랜 관행이었기 때문에 김 후보자는 후보군으로 거론조차 안 됐다.
박 전 대법관은 실제로 청와대가 가장 먼저 점찍었던 대법원장 후보였다. 전직 대법관 출신이어서 법원 내부의 거부감이 적은 데다 이념적으로도 진보 성향이 뚜렷해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서 보수화한 사법부의 체질을 바꾸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대법관은 청와대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장 자리를 끝내 고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대법원장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박 전 대법관을 수차례 설득했지만 실패했다”며 “박 전 대법관이 ‘공직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강의 활동 등을 하고 싶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법관은 현재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두 전직 대법관이 모두 대법원장직을 고사하면서 한때 김영란 전 대법관(61·11기)이 대타로 거론됐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김 전 대법관이 이명박 정부에서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낸 점 때문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다고 한다.
결국 청와대는 지난주 후반부터 전·현직 대법관이 아닌 인물 가운데 대법원장 후보를 고르는 쪽으로 선회했다. 김 후보자가 물망에 오른 것은 이때부터다. 김 후보자 외에 변호사 등 다른 법조인들도 후보로 검토됐지만 당사자들이 대부분 인사 검증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고사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법원장 자리에 부합하는 자격을 갖추고 있으면서 국회 청문회도 통과할 수 있는 후보자를 고르느라 어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강경석 coolup@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