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킨 백’ 등 럭셔리제품 주목
서울옥션블루 22일 7차 경매 실시… 일각 “경매 격 떨어질라” 우려
국내외 경매에서 인기 아이템인 에르메스의 버킨 백. 동아일보DB
저는 에르메스 버킨 백입니다.
좀 더 정확히는 ‘버킨 28’이에요. 왜 28이냐고요? 제 신체 사이즈예요. 가로 길이가 28cm이거든요.
1984년 기내에서 에르메스 사장을 만난 배우 제인 버킨(71)이 “작은 에르메스 가방에 물건을 넣기가 어렵다”고 건의하자 큰 사이즈의 가방을 약속해 그해 태어났어요.
그렇다면 간절하게 절 필요로 하는 분들은 어디를 가야 할까요. 중고 명품 숍도 있지만 과연 진품을 사는 것인지 걱정되잖아요. 그래서 요즘 새로운 구매 장소로 떠오른 곳이 있습니다. 미술경매회사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럭셔리 경매시장입니다.
흔히 미술품 경매라고 하면, 넓은 홀에 모여 앞다퉈 팻말을 드는 오프라인 경매가 떠오르시죠? 그런데 세계적 경매회사들은 10여 년 전부터 온라인 시장을 발 빠르게 개척했답니다. 크리스티 경매는 2006년부터 온라인 경매를 도입했어요.
요즘 이 온라인 미술경매에서 핫한 ‘작품’이 뭔지 아세요? 럭셔리 제품이랍니다. 그중에서도 저, 에르메스 버킨이에요. 올해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245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악어가죽 에르메스 히말라야 버킨 백이 294만 홍콩달러(약 4억3000만 원)에 낙찰됐어요. 럭셔리 패션 아이템 경매가의 세계 기록을 경신한 ‘사건’이었죠.
저, 버킨 28은 지난달 이 회사의 온라인 럭셔리 경매에서 ‘핫템’이었답니다(으쓱). 2013년에 나온, 한 번도 안 쓴 신제품이었어요. 1200만 원에서 시작해 42회의 응찰 끝에 1420만 원에 낙찰됐죠(수수료 19.8% 포함해 1700만 원). ‘그들만의 럭셔리 리그’에서는 가격이 그리 대수이던가요. 몇 년을 기다려도 사기 어려운 에르메스 백. 50대 초반 남성이 비로소 아내가 원하던 선물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나 뭐라나요.
럭셔리 업계 관계자가 한마디 하데요. “희귀한 에르메스라면 모를까, 일반 중고 에르메스 백을 파는 건 경매의 격을 떨어뜨리는 거 아닙니까”라고. 그래도 애호가 입장에서는 귀가 번쩍 뜨이는 소식이죠.
미술과 럭셔리는 곧 욕망이고 꿈이에요. 그러니 “에르메스 버킨, 네가 무슨 미술이냐”고 하지 말아주세요. 총총.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