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계약금을 송금하려던 순간 계약이 일방적으로 파기되자 그야말로 갑질 중의 갑질을 당한 것 같은 억울함, 그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북새통 같은 시간을 보냈는데 결과적으로는 또다시 이사 갈 집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에 속이 꽤 상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접근하면 그 지인이 느꼈을 억울함은 어느 정도 풀 수 있습니다.
계약은 양 당사자의 합의가 있으면 성립하므로 임대차계약의 경우 중요 사항인 ‘임대목적물’과 ‘임대기간’, ‘보증금’ 및 ‘월세’ 등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면 이미 계약은 성립한 것입니다. 이렇게 유효하게 성립한 계약은 원칙적으로 지켜져야 하고, 중도금(중도금 약정이 없는 경우 잔금)이 지급되기 전까지는 계약금에 의한 해제(해약금 해제)가 가능할 뿐입니다. 계약금에 의한 해제는 계약금을 준 임차인 측에서 계약을 해제하려면 계약금을 포기하여야 하고, 계약금을 받은 임대인(집주인을 말합니다) 측에서 계약을 해제하려면 약정된 계약금의 2배를 상환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실제로 받은 계약금의 2배만 상환하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면 당사자가 일정한 금액을 계약금으로 정한 의사에 반하고 받은 금액이 적을 경우 사실상 계약을 자유롭게 해제할 수 있어 계약의 구속력이 약화되는 결과가 된다면서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원은 실제 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이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4다 231378판결). 따라서 적법하게 계약을 해제하려면 집 주인은 실제로 받은 500만 원이 아니라 약정된 계약금의 2배인 2000만 원을 돌려줬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계약을 파기당해도 억울함은 가실 것입니다.
김미란 법무법인 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