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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국만 후진하는 車산업, 벼랑 끝으로 미는 노조

입력 | 2017-08-23 00:00:00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어제 ‘한국 자동차산업 진단과 대응’ 간담회에서 “30년간 지속된 대립적 노사관계와 최고의 인건비 부담, 기업 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한국 자동차산업은 후퇴와 재도약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완성차업체 대표와 협력 부품업체 사장, 학계 인사 등은 위기에 내몰린 자동차산업을 살릴 대책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로 호소했다.

동아일보가 21일부터 보도한 기획 시리즈 ‘후진하는 한국 자동차산업’은 세계의 유수 자동차 메이커들이 내우외환(內憂外患)에 빠져 있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우울한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줬다. 안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증가, 통상임금 소송 부담, 노조 파업에 시달리고 있다. 밖에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과 어제 협상을 시작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문제로 한 치 앞도 예측 불가다.

한국이 휘청거리는 사이에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향상된 품질을 무기로 바짝 쫓아오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성장을 이끈 중국시장 판매는 반 토막이 났다. 사정이 이런데도 현대차 노조는 이달 들어 5번이나 파업을 벌였다. 기아차 노조도 어제 노조원 2만8000명이 조기 퇴근하는 등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지금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은 친환경, 자율주행, 차량 공유라는 산업의 대격변기에서 전방위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은 4조 원으로 독일 폴크스바겐의 4분의 1이다. 무역협회는 올 들어 5월까지 대(對)중국 자동차부품 수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33%나 줄었다고 집계했다. 인천에선 2002년 대우차가 GM대우로 넘어갈 때처럼 분위기가 흉흉하고 자동차산업 메카인 울산과 전북 군산에서도 부품 협력업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오죽하면 현대·기아차와 중국에 동반 진출한 한 자동차부품업체 사장이 동아일보 기자에게 “야반도주라도 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하소연했을까.

자동차산업은 국내 제조업 생산의 12%(약 190조 원)를 차지하는 한국의 기둥산업이다. 1만여 개의 부품회사까지 합치면 고용 인력이 35만 명을 넘어 파업의 파장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도 규제개혁과 함께 협력적인 노동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업계의 호소에 귀 기울여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