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트윈스 필드닥터로 활동 중인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오주한 교수가 잠실야구장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며 웃고 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프로축구만 해도 의사 없으면 게임 시작 못해
원래 두산팬…김용일 코치와 인연 닿아 시작
12명의 팀원도 야구 좋아하는 제자들로 꾸려
LG, 매 경기 현장 지원…해마다 신체 검진도
의료진 모임 결성…KBO 의무분과 설립 목표
“그냥 좋아서 하는 거죠 뭐. 좋아서. 하하”
어깨관절 전문의인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오주한(51) 교수는 6년째 프로야구 LG트윈스 필드닥터로 활동 중이다. LG의 잠실 홈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12명에 이르는 팀원들과 번갈아가며 꼬박꼬박 현장 지원을 나가고 있다. 구단으로부터 돌아오는 것은 임명장, 출입증, 주차권 정도가 전부인데 진료 및 수술 시간까지 홈경기 일정에 맞추면서 현장 지원에 열심이다. 그 이유를 물으니 오 교수는 그저 너털웃음을 짓는다.
-어떤 계기로 필드 닥터를 시작하게 됐나.
“나는 원래 두산 팬이다. 처음엔 현장 지원을 해보고 싶었는데 잘 안되더라. 그런 개념도 많이 없고. 상황 자체를 알아야 하는데, 알수록 암담한 거다. 그러던 중 LG 김용일 코치님과 인연이 닿아 시작하게 됐다. 잠실 홈경기 때 의무 지원을 나가고, 최근에는 여기서 발전을 시켜 시즌 전·후로 정형외과적인 신체 검진을 해 선수들을 관리해주고 있다.”
-필드 닥터 팀은 어떻게 꾸려졌나.
“처음에는 같은 병원에 있는 선생들과 함께 나왔는데, 연속성이 떨어지더라. 야구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래서 제자들 중에 하고 싶어 하고, 재미있어하는 사람들 위주로 모았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어깨와 팔꿈치만 위주로 하는데 선수들은 허리도 아프고, 손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고 다양하다. 이에 맞게 우리 팀에는 무릎, 발목, 척추, 가정의학과 선생까지 있다. 그렇게 총 12명 정도가 홈경기에서 진료를 봐주고 있다.”
오주한 LG트윈스 필드닥터 잠실야구장 인터뷰.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국내 스포츠 의학의 현황은 어떤가.
“사실 프로야구 리그 자체의 수준은 꽤 높다. 하지만 제대로 된 필드닥터, 팀 닥터를 운영하는 팀이 하나도 없다. 경기마다 앰뷸런스가 대기하지만, 간호사나 응급 구조사 밖에 없다. 그러니 선수가 경기 중에 다쳐도 트레이너가 와서 그냥 보고 있는 거다. 의사로서의 결정을 하지 못하는 거지. 프로축구만 하더라도 경기장에 의사가 없으면 게임을 시작하지 않는다. 프로야구에는 아직 이런 최소한의 시스템도 없는 것이 안타깝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계속 현장 지원을 나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좋아서. 좋아서 하는 거다. 그리고 뭔가를 바꿔보고 싶다면 나도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 팔짱끼고 말로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 팀에 와서 해보니 이런 문제점이 있더라’하고 이야기를 해야 다들 ‘그런 게 있구나’하면서 알게 되는 것 아니겠나.”
-각 팀별 의료진들의 모임을 결성했다고 들었다.
오주한 LG트윈스 필드닥터 잠실야구장 인터뷰.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현재로선 어느 구단이 제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나.
“LG트윈스다. 이렇게 매 경기 현장을 찾아와 지원해주는 곳이 없다. 궁극적으로는 매년 진행하는 신체 검진 결과를 잘 쌓아뒀다가 이용해야한다. 여러 관절의 각도나 힘을 측정해서 데이터를 모아두면 시즌 직전과 직후에 선수들이 컨디션을 관리할 때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하는지 조언해줄 수 있다. 우리 역시 아직은 데이터를 쌓는 수준이지만, 추후에는 각 선수들에게 맞춰서 의학적 자문을 해줄 수 있게 될 것이다. 단순히 다친 사람, 선수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의학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 진정한 팀 닥터, 필드 닥터가 아닐까 싶다.”
-스포츠 의학의 발전 방향은 무엇인가.
“일단은 필요성의 인식이다. 팀 닥터, 의료라고하면 다치고 난 뒤 조치를 해주는 것으로만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다치는 걸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를 통해 자세를 교정해준다든지 여러 예방책이 있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선수들에게 전반적인 관리를 해줄 수 있다. 또 퍼포먼스를 좋게 하기 위해서도 의학적인 자문을 줄 수 있다. 그런 개념들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단순히 의료적 지원이 아니라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의학적 자문이 필요하다는 것을 프로구단이 알아야한다. 또 의사와 협회에서도 그런 쪽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 그것이 팀 닥터, 의료지원, 스포츠 의학의 발전적인 방향이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