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세금 많이 걷는 법 세 가지, 소비-생산 선순환 만들거나 중간계층도 많이 내게 하거나 돈 번 죄를 응징하듯 뺏거나 ‘부자 증세’ 되뇌는 문재인 정부, 대중정서 믿고 세 번째 길 선택 국가는 의적이 아니다 ‘쉬운 정치’ 하지 말라
김병준 객원논설위원 국민대 교수
또 하나는 부자와 부자 아닌 사람이 같이 많이 내는 방법이다. 이를테면 소득의 일정 비율을 똑같이 내는 것이다. 그런 다음 쓰는 것은 부자 아닌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이 쓰면 된다. 부자는 같이 많이 내니 불만이 적고, 부자가 아닌 사람은 낸 것보다 더 많이 받으니 좋다.
나머지 하나는 강제로 빼앗는 방법이다. ‘이건 원래 당신들 것이 아니야. 모두가 나눠 가져야 해.’ 돈 많이 번 것을 ‘죄’를 묻듯 하거나 도덕적 의무를 강요하면 된다.
부자들이 어떻게 참고 따랐을까? 계속 투자도 하면서 말이다. 자신들에게도 이익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낸 세금은 사회복지 등 국가와 국민 일반의 구매력을 높이는 데 쓰였다. 그러면서 소비와 생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또 전쟁을 통해 미국의 지배력을 강화했고, 미국 산업의 대동맥인 고속도로를 건설했다. 부자들 스스로 해도 할 일들이었다.
둘째 방법, 즉 같이 많이 내는 방법은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이 대표적으로 사용했다. 흔히 이들 국가는 부자들에게만 세금을 많이 거두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히려 그 반대다. 많은 국민들이 같이 많이 낸다.
실제로 이들 국가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50∼60%인데, 이 높은 세율을 평균소득의 1.2∼1.6배, 우리 돈으로 1억 원 안팎을 버는 사람 모두에게 적용한다. 평균소득의 8∼10배를 버는 ‘슈퍼 부자들’에게만 40% 안팎의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우리나 미국 같은 나라와는 크게 다르다. 그만큼 같이 많이 낸다는 이야기이다.
그 아래의 소득계층도 그렇다. 사용자가 근로자 한 사람을 고용하여 100을 지출하면, 우리의 경우 중위소득자 기준으로 22를 국가가 거두어 간다. 이에 비해 덴마크와 노르웨이는 36, 스웨덴은 42를 국가가 가져간다. 중간 계층도 엄청 많이 낸다는 이야기이다.
그 대신 부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많이 해 주지 않느냐 반문할 수 있다. 국방력 키워 안보 튼튼히 하고, 복지로 사회 안정 도모하고, 각종 공적 지원으로 내수 활성화하는 일 등이 다 그런 것 아니냐 할 수 있다.
그러나 부자들 입장은 다를 수 있다. 안보는 미국과 중국의 태도가 더 큰 변수인 것 같고, 수출 중심 국가에서 세금으로 만드는 내수가 자신들의 이익을 보장해 줄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노동시간 단축에다 최저임금 인상, 그리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탈(脫)원전에 따른 에너지 비용 상승 등 걱정만 늘고 있다.
나라에 돈이 많이 필요한 것은 틀림없다. 부자가 더 많이 내야 하는 것도 맞다. 근로소득에 비해 자본소득이 빠르게 느는 등 부자들이 유리한 상황에 있는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래서는 안 된다. 부자도 우리 사회의 일원이다. 또 투자와 사회 기여, 그리고 혁신의 중요한 주체이다. 이들을 냉소 짓게 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여당에 묻는다. 어차피 부자에게만 더 거둬봐야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다. 같이 많이 내자고 부자 아닌 국민을 설득할 수는 없나? 부자들에게도, 하다못해 규제라도 합리화해서 돈을 좀 더 자유롭게 잘 벌 수 있도록 하면서 세금을 더 내라 할 수는 없나.
김병준 객원논설위원 국민대 교수 bjkim36@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