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23일 수요일 비. 승리의 장미. #260 Kesha ‘Praying’(2017년)
등엔 천사의 날개. 머리엔 가시면류관. 여자가 피아노를 치며 노래한다.
‘내가 이렇게 강해진 건 당신 덕이야. … 당신은 날 지옥불로 밀어 넣었지만.’
지난 몇 년간 댄스 팝 가수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2014년, 케샤는 자신의 프로듀서인 유명 음악가 닥터 루크를 고소했다. 그가 수년간 자신을 성적, 심리적, 경제적으로 착취했다는 것이다. 분노한 음악 팬들이 케샤를 지지하는 거리 시위까지 벌였지만 송사는 또 다른 얘기였다. 소송은 4년째 진행 중. 다음 달엔 증인 자격으로 레이디 가가까지 재판정에 나오게 생겼다.
케샤는 그간 자신의 절절한 심정을 담아 80곡을 써뒀지만 발표할 수 없었다. 소송 상대자 닥터 루크와 계약한 몸이었으니까. 뒤늦게 빛을 본 신작에서 케샤는 음악적으로도 루크의 손아귀를 벗어났다. 제작 전반을 손수 지휘했다.
‘그 ××들이 당신을 슬프게 만들게 두지 마.’(‘Bastards’) ‘상처가 우리를 완성한다네.’(‘Rainbow’)
케샤의 절창은 전자음 대신 힘찬 관악기군과 전기기타 사운드의 호위를 받으며 적진으로 총진군한다. 저주를 넘어선 복수의 말은 얼음 비수처럼 차갑다가는 끝내 뜨겁고 성스럽다.
뮤직비디오 도입부에서 그가 하는 방백은 황야를 헤매는 인간의 질문 같다. ‘나는 죽은 것일까. 아니면 그저 무서운 꿈일 뿐인가. 만약 내가 살아있다면, 왜일까. 신이나 그딴 게 있다면 왜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난 버려진 걸까.’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