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여드름 환자를 마주할 때 중요하게 점검하는 것이 화장품이다. 환자 대다수가 여러 개의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여드름 치료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게 당연하다. 서 씨처럼 여러 종류의 화장품을 사용하거나 성분을 제대로 살피지 않으면 오히려 모공이 막혀 여드름 증상이 악화되거나 또 다른 피부질환이 생길 수 있다.
지난해 필자의 병원을 방문한 여드름 초진 환자 중 55%가 ‘여드름 화장품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예쁘게 보이고 싶고, 사회활동을 시작하며 자연스레 피부 관리에도 관심이 가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여드름 관련 제품은 반드시 성분을 확인한 뒤 사용해야 한다.
티트리는 호주 늪지대에서 자라는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다. 염증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화장품에 많이 사용된다. 특히 여드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균과 박테리아를 감소시키고 피지 분비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살균작용이 알코올의 20배가 넘어 소독 효과도 좋다.
살리실산은 모공의 노폐물과 각질을 제거하는데 탁월한 성분이다.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물질로 피부과에서 가장 오래 사용된 각질용해제(여드름 치료제)다. 염증을 치료하고 모낭 속까지 침투해 기름과 쌓인 각질을 제거한다. 화이트헤드로 불리는 좁쌀 여드름이나 지성피부에 적합하며 피부보호와 진정 효과는 덤이다.
레티노익산은 피지 감소와 각질 제거 효과가 있다. 먹는 여드름 치료제인 비타민A 유도체에 속해 여드름 예방은 물론 이미 난 여드름을 해결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특히 여드름 치료 과정에서 여드름 환자의 피부색을 밝게 하고 주름이 옅게 하는 광노화 치료제로도 쓰인다. 울긋불긋하거나 갈색으로 변한 여드름 자국으로 고민인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반면 ‘비즈왁스’ ‘올리브오일’ ‘코코넛오일’의 경우는 여드름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회생활을 하며 화장을 안 할 수는 없다. 화장품이 여드름이 난 피부에 직접 바르는 중요한 물질이니 만큼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습관을 들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