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다음달 1일 열리는 간토(關東) 대지진 조선인희생자 추도식에 매년 보내던 추도문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도쿄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이에 대해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부정하는 움직임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간토 대지진은 1923년 9월 1일 도쿄 등 간토지방에 일어난 규모 7.8의 지진. 혼란 속에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자경단, 경찰, 군인들이 재일 조선인을 학살했다.
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기리기 위해 1973년 일조(日朝)협회 등 민간단체가 도쿄 구로다(黑田)구 요코아미(橫網)정 공원에 조선인희생자 추모비를 세우고 매년 추도행사를 가져왔다. 행사에는 2006년 이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등 역대 지사가 매년 추도문을 보내왔다. 고이케 지사도 당선 직후인 지난해에는 추도문을 보냈지만 올해는 거절했다.
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수는 1923년 12월 독립신문이 일본 유학생들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6661명이라고 적은 바 있다. 일본 정부의 2009년 보고서도 “사망·행방불명자는 10만 5000명 이상, 이중 1%~수%가 피살됐고 조선인이 가장 많았다”고 썼다. 일본 정부는 4월 내각부 홈페이지에서 이 보고서를 삭제해 논란이 됐다.
최근 일본 극우들은 간토 대지진 피해자수가 과장됐으며 학살은 조선인들의 폭동에 대한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교과서 검정과정에서도 희생자 수는 축소되거나 흐릿해지고 있다.
다나카 마사타카(田中正敬) 센슈(專修)대 교수는 “당시 조선인 폭동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라며 “지사의 판단은 외국을 배척하는 언동을 하는 측에 가담하는 게 될 수밖에 없고 그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