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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도 그러했다.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결혼은 이미 만들어진 인형을 손에 쥔 듯한 낭패감을 때때로 선물했다. 대체 나는 어쩌자고 이런 걸 만들었담.’
-이혜경 소설 ‘그 집 앞’ 중에서
이혜경 씨는 가장 가까운 이들인 가족으로 인해 상처받고 갈등하는 여성의 내면을 소설에 담는 데 관심을 기울여왔다. 동아일보DB
‘사랑의 완성’이 결혼이라고 누가 그랬는지. ‘그 집 앞’의 화자도 그런 줄 알았다. 사내 단합대회에서 만난 동료 사원에게 마음을 뺏겼고, 단합대회 마치기 하루 전날 남자가 돌아간 걸 알고는 편안하면서도 허전했다. 그 여성은 사랑하고 결혼에 이르는 것이 그 허전함을 완전하게 채우는 거라 생각했다.
사랑을 완성했다고 삶의 목표가 이뤄지는 건 아니다. 인형을 만들어 손에 쥐듯, 바라던 것을 얻은 뒤에도 상처는 계속 생겨나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결국 삶이란 그 자체로 상처를 끌어안고 나아가는 것임을 이혜경 씨는 이렇게 일러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