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금 환급보증’ RG 1000억 지원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중소 조선사 대상 RG 발급 원활화 방안’을 24일 발표했다. RG는 조선사가 부도 등의 이유로 선박을 선주(船主)에 인도하지 못하면, 금융회사가 조선사가 받은 선수금을 대신 갚겠다는 약속이다. 조선사들은 선박을 수주한 뒤 RG를 받아와야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지원 방안은 정책금융기관이 조선사에 RG를 발급하기로 하면 신용보증기금이 이 중 75%를 보증해주는 구조다. 예를 들어 100억 원짜리 선박을 건조하면 KDB산업은행이 80억 원의 RG를 발급해주고, 신보가 이 중 60억 원에 대해 보증을 서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연간 250억 원씩 4년간 총 1000억 원의 RG가 발급된다. 이 사업을 위해 필요한 재원 250억 원 중 200억 원은 국가 재정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50억 원은 정책금융기관이 메운다.
지금도 수협은 해운사에 1%대 금리로 돈을 빌려주며 선박 발주를 독려하고, 정부 역시 중소 조선소를 위해 관공선을 발주하는 등 ‘수요 짜내기’를 하고 있다. 올 7월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가동을 멈추자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선박 수요를 발굴하기로 했다.
이처럼 조선사들에 ‘없는 일감’도 챙겨주는 정부가 앞으로는 이들을 위해 정책성 금융 지원마저 늘리기로 한 것이다. 지금까지 은행들은 기업 재무구조가 견실하고 선박 건조 경험도 풍부한 회사에 RG를 발급해줬지만 앞으로는 이 두 가지 요건 중 하나만 충족해도 정책금융기관이 RG 발급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최근 한국수출입은행도 일감이 떨어진 성동조선이 선박을 수주할 수 있도록 RG 요건을 완화해줬다.
정부의 중소 조선사 지원은 지역 경제와 일자리 문제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소 조선사들은 선박을 건조하는 동안 적게는 40∼60명, 많게는 300명까지 8∼10개월간 고용한다. 게다가 조선업은 철강, 부품 제조 등 연관 산업도 많아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크다. 최근 조선사들이 밀집한 부산, 전남 목포, 전북 군산 등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정부와 청와대에 지원책을 만들라고 압박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계에서는 ‘좀비기업’이 제때 정리되지 못하면 오히려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 노조의 지지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이 향후에도 이들의 저항을 우려해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