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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토 대지진 한인 희생자 추도문 거부… 극우본색 드러낸 고이케 도쿄도지사

입력 | 2017-08-25 03:00:00

日서도 “학살 부정 움직임 조장” 비판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사진) 도쿄도지사가 다음 달 1일 열리는 간토(關東) 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온 관례를 깨고 추도문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 도쿄신문은 24일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간토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부정하는 움직임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1923년 9월 1일 도쿄 등 간토 지방을 강타한 간토 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자경단, 경찰, 군인들이 재일 조선인을 학살했다. 일조(日朝)협회 등 민간단체는 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기리기 위해 1973년 도쿄 구로다(黑田)구 요코아미(橫網)정 공원에 조선인 희생자 추모비를 세우고 매년 추도행사를 가져왔다. 2006년 이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등 역대 도쿄도지사들이 매년 추도문을 보냈고, 고이케 지사도 당선 직후인 지난해에는 추도문을 보냈다.

고이케 지사의 ‘변심’은 추도비에 적힌 희생자 수 6000명에 대한 논란과 관련이 있다. 한 자민당 의원이 3월 도쿄도의회에서 “비문에 적힌 희생자 수는 근거가 희박하다. 추도문을 보내면 역사 왜곡에 가담하는 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는 것.

당시 학살된 조선인 수에 대해 독립신문은 1923년 12월 일본 유학생들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6661명이라고 적었다. 일본 정부의 2009년 보고서도 “사망·행방불명자는 10만5000명 이상, 이 중 1∼수 %가 피살됐고 조선인이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일본 우익에서는 간토 대지진 피해자 수가 과장됐으며 학살은 조선인들의 폭동에 대한 정당방위였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나카 마사타카(田中正敬) 센슈(專修)대 교수는 “당시 조선인 폭동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라며 “지사의 판단은 외국을 배척하는 언동을 하는 측에 가담하는 게 될 수밖에 없고 그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고이케 지사의 극우 본색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이케 지사는 개혁을 내걸고 생활밀착형 정책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나 극우단체 ‘일본회의’에서 활동하는 등 극우 성향 정치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를 연상시키는, 전국 정당 창당을 위한 정치단체 ‘일본 퍼스트회’를 설립해 배외주의 우려를 낳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