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A FARM SHOW 25일 개막/벤처농부 100만 시대 열자]<13·끝> ‘무균 고구마 종묘’ 재배 충남 논산 인동수 씨
17일 충남 논산시 가야곡면 인동수 씨(왼쪽)의 고구마 종묘 비닐하우스에서 인 씨와 곽상수 박사가 고구마 종묘를 들고 웃고 있다. 논산=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 3년간 ‘생존 무기’ 개발해 귀농
“박사라면서 왜?”
인 씨가 귀농하기로 했다고 하자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돈도 되고 보람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더니 농민들은 “아녀, 생각 고쳐먹어”라고 했다. 다만 농업직 공무원들은 수긍하는 눈치였다. 기자와 같이 이날 인 씨를 찾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곽상수 책임연구원(58·박사)은 “농업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제 농업의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MBA과정 강연에서 ‘앞으로 한국 청년들이 뭘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당장 농대로 가라”고 한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의 조언도 상기시켰다.
인 씨는 “입소문이 퍼져 종묘 재배물량의 절반은 이미 계약이 끝났다. 시중보다 20% 비싸지만 전국에서 찾는다. 써본 농가는 재주문하고 주변에 추천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비 등 빌린 2억 원은 내년이면 모두 갚고 후년부터는 연간 2억 원가량 수익을 낼 전망이라고 밝혔다.
○ 연구자 귀농에서 글로벌 귀농으로
인 씨의 귀농 준비는 1995년부터 고구마 연구에 몰입해온 ‘고구마 박사’ 곽상수 박사가 도왔다. 곽 박사는 4월 생명공학연구원 사상 최고상인 과학기술훈장 혁신장을 수상했다.
최근 ‘고구마, 21세기 구원투수’라는 책을 펴낸 곽 박사는 “고구마는 귀농인이 부작물로 가장 선호하고 대농(大農)에게는 수익성을 보장하는 작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2050년 세계 인구 100억 명 시대에 가장 적은 면적의 재배만으로 인간의 생존을 보장할 미래 식량자원으로 고구마가 최고”라며 “‘마션’(우주비행사가 화성에서 홀로 생존하는 내용의 할리우드 영화)의 감독이 이를 알았더라면 맷 데이먼(주인공)에게 감자 대신 고구마를 심게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 씨는 농촌에 와서 이웃과 절연한 채 자기 농사만 짓는 ‘수도승식 귀농’은 실패하기 쉽다고 본다. 그가 투트랙 귀농 전략을 실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하나는 농촌과 하나 되기다. 그는 지역의 귀농인 네트워크 등에 참석해 “제 분야 외엔 일자무식입니다”라면서 가르침을 청한다. 그러면서 국내 3대 고구마 산지인 인근 상월면 고구마 농가의 식품가공설비 제작을 돕고 있다. 올해 과학의 날에는 인근 가야곡중학교를 찾아 식물에 대한 강연도 했다.
그의 연구인 기질은 말릴 수 없다. 사무실 한쪽 벽에 붙은 수많은 포스트잇에는 수개월, 수년, 십여 년 후 연구하고 발명할 과제 목록이 빼곡하다. 올 초 고구마 종순을 감염 없이 자르는 절연가위를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가뭄에 강한 고구마를 개발하기 위해 드론까지 동원한다. 고구마밭 일부는 다품종 고구마를 개발하는 실험포로 활용한다. 인 씨는 “연구소 등의 동료들은 농촌 현장을 실험실 삼아 사는 나를 많이 부러워한다”며 “웹디자인이나 마케팅, 연구개발 등 다양한 경력의 사람들이 귀농하면 농촌이 더 활력을 띨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 박사는 인 씨의 종묘 생산 모델을 세계로 실어 나를 준비에 한창이다. 동북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중동, 북부아프리카 등을 고구마 북방로드로 주목한다. 농토는 넓지만 식량이 부족해 고구마 진출에 안성맞춤이라는 얘기다. 이미 생명과학연구원과 중국농업과학원 고구마연구소, 카자흐스탄 생명공학연구소, 몽골 국립농업대학이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곽 박사는 “인 박사처럼 준비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연구인의 귀농 노하우에 해외 네트워크와 자본을 연결하면 글로벌 귀농과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논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