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청석 곳곳선 탄식 터져나와 변호인단 “수긍 못해” 즉각 항소 뜻… 특검 “합당한 선고 나오도록 최선”
15 대 1 경쟁 뚫고… 방청객 행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공판을 보려는 방청객들이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방청권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앞서 이들은 역대 최고인 15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방청권(총 30장) 추첨에 당첨됐다. 장승윤 기자 tomato@donga.com
25일 오후 2시 29분. 김진동 부장판사(49·사법연수원 25기)의 지시가 떨어지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으로 들어섰다. 법정을 가득 채운 200여 명의 시선이 이 부회장에게 쏠렸다. 이 부회장은 김 부장판사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피고인석에 앉았다.
이 부회장은 침착한 표정과 태도를 유지했던 앞선 재판 기일과 달리 이날은 선고가 진행되는 동안 꽤 초조한 기색이었다. 판결 선고가 이어진 1시간 동안 이 부회장은 줄곧 재판부만 바라봤다. 간혹 입이 타는 듯 종이컵에 담긴 물을 마셨다. 수시로 침을 삼키고, 손등으로 입가를 닦거나 립밤을 입술에 바르는 모습도 보였다. 김 부장판사가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을 뇌물로 인정한다고 말하는 순간, 이 부회장의 입가는 잠시 파르르 떨렸다.
김 부장판사가 주문을 낭독하자 방청석 곳곳에서 낮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 부회장은 표정 변화 없이 입을 굳게 다문 채 정면만 응시했다. 두 손은 앞으로 가지런히 모은 채였다. 오후 3시 29분, 재판이 모두 끝난 뒤 이 부회장은 차분해진 모습으로 법정을 빠져나갔다.
교도관들은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66)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63)에 대해 법정구속 절차를 진행했다.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64)과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55)는 빠른 걸음으로 법정을 떠났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삼성 변호인단 30여 명은 예상치 못한 재판 결과에 당황한 듯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며 법정에 그대로 서 있었다.
삼성 측 변호인단 송우철 변호사(55)는 “1심은 법리 판단, 사실 인정 모두에 대해 법률가로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며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송 변호사는 ‘1심 판결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 무엇이냐’, ‘삼성 승계 작업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항소심에서 상식에 부합하는 합당한 중형이 선고되고 일부 무죄 부분이 유죄로 바로잡힐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호재 hoho@donga.com·최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