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9월 삼양식품에서 출시한 한국 첫 번째 라면. 삼양식품 홈페이지
‘갓뚜기’ 이전에는 ‘갓양식품’이 있었다. 갓뚜기는 식품회사 ‘오뚜기’가 착한 기업이라며 누리꾼들이 맨 앞 글자를 ‘갓(god)’으로 바꿔 부르는 신조어. 갓양식품은 삼양라면을 만드는 회사를 같은 방식으로 바꾼 사례다.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 보면 삼양식품이 아무 욕심 없이 한국 사람들 배고픔을 해결하는 데 앞장섰다는 ‘삼양라면의 진실’이라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삼양라면이 누리꾼들에게 이렇게 칭송받은 데에는 ‘쇠기름(우지·牛脂) 파동’의 억울한 피해자였다는 점도 한 몫 했다. 이 때문에 동정 여론이 일었던 것이다.
‘공업용 우지’로 라면 등을 만든 식품업체 관계자 10명이 구속됐다는 소식을 전한 1989년 11월 4일자 동아일보 1면.
삼양식품으로서는 진짜 억울할 만했다. 검찰은 1989년 11월 3일 삼양식품 등 대형 식품 업체 관계자들을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식품위생법’ 혐의로 구속 입건한다. 그러면서 이들이 “비누나 윤활유 원료로 사용하는 공업용 수입 쇠기름을 사용해 라면 등을 만들어 시판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검찰도 아주 자신이 있던 건 아니었다. 검찰은 사건 첫날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업용 우지가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는 규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먹거리에 대한 우려는 늘 증폭되는 법. 당시 동아일보는 “수사 과정에서 너무 엄청난 사실이 밝혀지자 이로 인한 미증유(未曾有·지금까지 한 번도 없던 일)의 파문을 고려, 이를 제외한 것이 아닌가하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법원 최종 판결 소식을 전한 1997년 8월 27일자 동아일보 사회면.
삼양식품이 대법원 판결로 혐의를 완전히 벗는 데는 8년 가까운 세월이 걸렸다. 대법원은 1997년 8월 26일 삼양식품 등 관련회사와 회사 간부들에게 모두 무죄를 확정했다.
이 기간 삼양식품이 휘청거린 게 당연한 일. 이 회사 홍보관은 이 사태 이전 60%에 달했던 시장 점유율은 15%로 떨어졌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 사건 이후 한동안 라면업계에서 동물성 기름이 자취를 감추고 식물성 팜유가 대세가 됐지만, 이제는 팜유로 면을 튀기면 발암물질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쇠기름 파동에 대해 다루고 있는 삼양식품 홈페이지.
이 파동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지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파동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삼양식품 경쟁사인 농심의 법률고문으로 활동 중인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 쇠기름 파동으로 반사이익을 본 농심에서 김 전 실장에서 은혜를 갚은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실 삼양식품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좀더 밀접한 인연이 있다. 삼양식품 창업주 전중윤 회장은 1979년 총 11억 원을 들여 ‘명덕문화재단’을 만들었다. 당시 11억 원은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50채 넘게 살 수 있는 돈이었다.
이듬해 7월 전 회장을 비롯한 이 재단 설립자 전원이 사퇴하면서 이 재단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재단이 해산한 2012년까지 이사장을 맡았다. 나중에 ‘한국문화재단’으로 이름을 바꾼 재단이 해산하면서 남은 자산 13억 원은 박 전 대통령의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설립한 육영재단으로 넘어갔다.
이에 대해 한 주간지는 “삼양식품은 1961년 (박정희) 정부의 금전 도움을 받아 라면 제조 기계를 도입했고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며 “박(전희) 전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이 절절했던 전 회장이 보은 차원에서 맏딸인 박 후보(박 전 대통령)에게 자신이 설립한 재단을 맡겼던 것으로 짐작된다. 사실상 기부행위라 봐도 무방하다”고 분석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