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햄과 소시지로 전파된다는 의혹이 제기된 E형 간염의 감염 경로를 조사하기로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E형 간염의 발생 규모, 중증도, 감염 원인 등을 이르면 다음달부터 조사해 관리방안을 마련한다고 27일 밝혔다.
E형 간염 파문은 ‘살충제 계란’으로 논란을 겪은 영국에서 시작됐다. 영국공중보건국(PHE)이 최근 E형 간염 환자 중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6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육가공식품 구매 패턴 등을 분석한 결과 특정 슈퍼마켓의 자체 브랜드 햄과 소시지를 사먹은 경우 발병 위험이 1.9배로 높았다. 보고서는 매년 영국인 15만¤20만 명이 수입한 돼지로 만든 육가공제품을 섭취해 E형 간염을 일으키는 ‘HEV G3-2’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추정했다. 다만 해당 슈퍼마켓에서 수거한 제품에선 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는 우선 간염 환자를 주로 대면하는 개원의들을 통해 E형 간염 환자를 역추적할 방침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진료 통계에 따르면 연간 100여 명이 E형 간염으로 병·의원을 찾지만, 이 중 상당수는 황달 등 간염의 주요 증상은 나타나지만 A~C형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 환자에게 의료진이 임의로 진단명을 붙인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보건당국의 판단이다. 국내에선 멧돼지 담즙, 노루 생고기를 먹고 E형 간염이 확진된 사례는 있지만 가열, 훈제 등을 거친 육가공제품이 원인으로 확인된 경우는 없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