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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선 ‘실리콘밸리式 벤처 프로젝트’

입력 | 2017-08-28 03:00:00

수직 대신 수평문화 꿈꾼 이재용, 북미법인 통해 파격적 조직 실험
최근 사업총괄 임원 이직 등 ‘오너 부재 리스크’ 가시화 우려




2015년 9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세워진 삼성전자 부품 부문 미주총괄 신사옥. 동아일보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한국 본사만 멈춰 선 게 아니다. 수직문화 대신 수평문화를 꿈꿨던 이 부회장의 ‘실리콘밸리식(式) 벤처 프로젝트’도 중단됐다.

이 부회장은 전통적인 제조업 문화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삼성의 ‘글로벌 스탠더드’ 기업 문화로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 문화를 도입하려 노력해 왔다. 상명하복 식의 제조업 문화로는 변화무쌍한 변화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는 2012년 8월 실리콘밸리에 삼성전략혁신센터(SSIC)를 세우고 새로운 문화와 사업 흡수를 시작했다. 이듬해 2월엔 이 부회장 주도 아래 초기 단계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및 인수합병(M&A)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삼성전자 모바일 페이 ‘삼성페이’ 출시를 가능하게 했던 미국 스타트업 ‘루프페이’와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타트업인 ‘스마트싱스’ 인수 등이 모두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해 실리콘밸리에서 끝난 작품들이다.

이 부회장은 2015년 들어 그룹 최고경영진에게도 실리콘밸리로 정기적으로 찾아가 시장을 돌아보고 현지 직원 목소리를 들을 것을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테슬라 같은 회사가 되어야 한다”며 테슬라 본사를 다녀온 뒤 벤치마킹할 것도 요구했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실리콘밸리에선 실리콘밸리 룰을 따르라”며 북미법인 사옥들에서 사장을 비롯한 임원 집무실을 없애는 ‘파격’에 나선 이유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가장 최근인 2015년 9월 새너제이에 완공한 삼성전자 부품(DS) 부문 미주총괄 사옥은 아예 설계 당시부터 개인 집무실이 전혀 없는 오픈 스페이스 형태로 디자인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 프로젝트는 이 부회장이 한국 본사의 정통적인 문화를 거슬러 추진해온 것이기 때문에 그의 부재로 사실상 중단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근 삼성전자 북미법인에서 사업을 총괄해 오던 이종석(그레고리 이) 전 부사장이 핀란드 노키아 계열사 사장으로 옮기면서 미국 법인이 크게 술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실리콘밸리에 무서운 기세로 자금과 인력을 투자 중인 일본 도요타만 보더라도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며 “새로운 방향성 제시와 기업문화 변화는 오너가 가장 앞장서서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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