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교황 테러’ 비상… IS, 위협 동영상 공개

입력 | 2017-08-28 03:00:00

IS전사들, 교황 사진 찢으며 “로마로”… 종교전쟁 구도로 몰아가려는 의도
바티칸 “무분별한 증오에 우려”




이슬람국가(IS)가 최근 교황을 위협하는 선전 영상을 배포해 바티칸에 비상이 걸렸다. 교황을 수호하는 스위스 근위대 수장조차 로마와 바티칸 일대에 테러가 일어나는 건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앞서 바르셀로나 성가족성당에 대한 폭탄 공격을 계획했던 IS는 교황 테러를 천명하면서 ‘종교 전쟁’ 구도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측근이자 교황청의 서열 2위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은 26일 바티칸에서 기자들과 만나 “교황을 겨냥하는 듯한 IS의 선동 비디오를 봤다. 무엇보다 그들의 무분별한 증오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앞서 20일 IS의 선전 매체인 알하야트미디어센터는 약 7분짜리 동영상을 공개했다. 필리핀 남부 마라위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이 영상에서 IS는 교회의 성물을 무참히 파괴했다. IS 전사들은 전임 교황인 베네딕트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진을 찢으며 “불신자들이여 기억하라. 우리는 로마에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IS는 바르셀로나 테러 이후 “다음 목표는 이탈리아”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IS는 최근 암호화된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을 통해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들에게 차량 등을 이용해 테러를 저지르라는 지령을 이탈리아어로 남겼다.

중동의 거점을 잃은 IS는 기독교의 정점에 서 있는 교황을 타깃으로 삼아 서방과의 대결 구도를 이슬람과 기독교 간 종교 전쟁으로 몰아가고 있다. IS는 성당과 교회에 대한 테러를 ‘성전(聖戰)’으로 포장해 유럽 내 이슬람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고 소외된 무슬림들을 추종 세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IS는 올해 4월에도 이집트에서 콥트교의 교황을 노린 연쇄 폭탄테러를 감행했다. 당시 교황은 무사했지만 이집트는 3개월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교황에 대한 테러가 발생할 경우 충격과 공포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이탈리아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래 국제사회가 난민과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민자의 자손인 교황에 대한 테러가 발생할 경우 이슬람에 대한 서구의 반감은 더욱 깊어지고 국제사회가 난민에게 더욱더 커다란 장벽을 쌓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