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단거리발사체 도발]北, 美자극않고 계산된 대남도발… 본토위협 없는 美-日별 반응 없어… 靑 “NSC 열 사안도 아니었다” 김정은, 연평-백령도 점령훈련서 “서울 단숨에 타고앉아 남반부 평정”
일단 청와대는 신중한 반응이다. 북한이 ‘8월 말(末) 9월 초(初)’ 위기설 이후 어렵사리 형성되고 있는 북-미 대화 분위기를 흔들지 않는 범위에서 ‘저(低)강도’ 도발에 나섰다는 인식이다. 도발권역에 포함되지 않은 미국과 일본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만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발사 직후 “어떤 사태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번 도발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요격을 피한 대남 도발용 ‘저고도’ 훈련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문재인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 靑 “ICBM은 아니지 않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ICBM급 무기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지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냐 방사포냐는 별로 논쟁이 될 것이 없다”며 “ICBM이 아닌 것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거리발사체인 만큼 (도발 시기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이 아니었다면 NSC 상임위까지 열 사안도 아니었다. 일본도 NSC를 열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즉, 청와대는 북한이 한반도 긴장을 다시 고조시키기보다는 UFG 훈련 대응용으로 이번 도발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2015년 UFG 훈련 기간 경기 연천군 비무장지대 남측으로 포격 도발을, 지난해엔 동해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도발을 감행한 바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북한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는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北 직접 위협에 규탄 성명 안 낸 정부
특수부대 훈련 지시하는 김정은 선군절(8월 25일)을 맞아 북한 특수부대의 백령도와 대연평도 점령 가상훈련을 참관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현장을 찾아 군 지휘부에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이날 훈련에는 한국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리명수 총참모장이 동행했다. 사진 출처 조선중앙통신 우리민족끼리 웹사이트
하지만 북한의 위협에 정부가 별다른 규탄 성명도 없이 오직 대화 모드 전환에만 신경 쓰는 데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김정은이 연평도와 백령도 점령 훈련을 참관하면서 “서울을 단숨에 타고앉아 남반부를 평정해야”라며 명백한 도발 의도를 공개했는데도 주민 안전 조치를 내놓지 않는 등 긴장 국면 확산만 막으려 한다는 것. 앞서 6월 초 북한의 단거리 지대함 순항미사일(사거리 200km) 발사 당시 문 대통령은 “탄도미사일보다 우리 안전에 더 직접 위협이 된다”며 직접 NSC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일본이 NSC를 열지 않은 건 자신들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될 당사자가 상대방의 의도를 평가절하하고 애써 외면하는 것은 국제관계에서 매우 드문 일”이라며 “대화를 하고 싶어 안절부절못하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안보 인식이 안일하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문재인 정부는 안보의 임계점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워싱턴=박정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