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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류산업 피해 공동대응”… 민간 대중문화단체 22곳 손잡다

입력 | 2017-08-28 03:00:00

9월 ‘문화산업정책협의회’ 공식 출범




사드 배치 보복으로 한국과 중국에서의 동시 방영이 불발된 SBS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의 한 장면. 주인공을 맡은 배우 전지현은 중국 제품 광고 모델에서 교체되기도 했다. 동아일보DB

문화 산업계 상설 협의체가 국내 최초로 설립돼 ‘한류 보이콧’에 맞선다.

27일 문화계에 따르면 다음 달 중으로 외교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큰 피해를 입어온 한류 산업계가 가칭 ‘문화산업정책협의회’(문정협)를 발족한다. 문화계 주요 직군을 포괄하는 상설 단체 설립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이 협의회에는 드라마제작사협회, 연예제작자협회, 영화프로듀서조합, 저작권단체연합회, 가수협회, 영화배우협회, 모바일게임협회, 모델협회, 애니메이션산업협회, 뮤지컬협회, 방송예술인단체연합회 등 대중문화 산업 전반을 아우른 22개 단체가 참여한다.

문정협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일본의 혐한류 등 외교 문제로 발생한 문화계 피해에 대해 공동으로 대처할 방침이다. 이들은 한중 평화문화제를 열고 이를 위한 추경예산 편성도 요청할 계획이다. 민간 네트워크를 활용해 피해 조사와 지원 활동을 벌이고, 피해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보험 감면 등도 정부에 제안할 예정이다.

과거 외교적 갈등으로 초래된 불씨가 문화계 피해로 이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 2012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한일 관계가 경색되자 일본 지상파 방송은 한국 연예인 출연을 전면 보이콧했고, 아직도 그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문정협의 한 관계자는 “혐한류 감정으로 한류 콘텐츠가 일본 시장에 정상적으로 재진입하기까지 4, 5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작성한 산업동향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1분기(1∼3월) 한류 콘텐츠의 해외 수출은 크게 위축됐다. 2016년 4분기(10∼12월)와 비교할 때 음악을 뺀 모든 분야에서 수출액이 8.4∼57.2% 감소했다. 이 때문에 관련 협회 및 단체 소속 사무국장단이 중심이 된 ‘문화산업 사드대책 공동대책회의’가 3월부터 4차례 회의를 열고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긴급지원대책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하기도 했다.

문정협은 “2015년 기준으로 중국 지역에 대한 콘텐츠 수출액이 2조3000억 원 수준으로 한류 전체 수출액의 30%에 달한다”며 “사드 피해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 콘텐츠 제작 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정협은 외교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문화산업 전반에 걸친 정책 제안 핫라인을 정부와 구축할 계획이다. 김성훈 문정협 준비위 공동위원장(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해외분과장)은 “새 정부의 문화산업 정책 전반에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혁신안을 비롯해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진흥정책 확대, 표준계약서 작성 등 공정거래를 위한 산업 구조의 개혁, 해외통상 지원 강화 등을 정부에 제안할 계획이다.

한편 문체부는 문정협 출범에 대해 “소통 창구를 열어 놓고 정부 정책 수립을 위해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정협은 9월 출범식과 함께 문화산업정책 대토론회를 열고, 문화산업진흥체계 혁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