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보장성 강화 대책 성공하려면…
《 2022년까지 30조6165억 원을 투입해 치료에 필수적인 ‘비급여’ 진료비를 전부 건강보험으로 흡수하는 보장성 강화 대책이 10월부터 실시된다. 하지만 정부 감시망을 피해 새 치료법을 강요하는 ‘비급여 풍선효과’나 일부 환자의 무분별한 ‘닥터쇼핑’을 못 잡으면 오히려 선량한 환자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의료계의 선결 과제를 찾아봤다. 》
이들에 건강보험 수가(酬價)를 정해 가격을 통일하려면 의료계와 협의해야 하지만 병원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협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가 이번 대책에 향후 5년간 30조6165억 원이 추가로 투입된다고 밝히면서도 추계에 사용한 예상 수가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도 적정성 논란이 커지는 걸 우려해서였다. 일부 병원이 협의에 앞서고 비급여 가격을 미리 부풀리는 사례도 단속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는 비급여 항목 중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지는 일부 의료행위는 ‘예비급여’로 분류해 본인부담률 50∼90%를 매긴다. 이 항목들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3∼5년간 평가한 뒤 치료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본인부담률을 낮추고, 반대의 경우엔 건강보험에서 퇴출한다.
하지만 건강보험을 새로 적용하더라도 본인부담률이 70∼90%에 해당하면 “사실상 비급여인데 생색만 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환자의 금전적 부담에 따라 건강보험 적용의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근골격계 질환처럼 노인 인구의 증가로 인해 환자가 늘어나지만 신의료기술이 주로 도입돼 의료비 부담이 큰 경우엔 예비급여로 분류하더라도 본인부담률을 낮추고, 빨리 건강보험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병원은 주로 비급여 진료로 수익을 내왔다. 건강보험 수가의 원가 보전율이 69.6%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는 병원이 환자를 치료할 때 들이는 인건비, 시설 및 장비유지비, 건물 임차료 등이 1000원이라면 건강보험공단과 환자가 내는 돈은 696원이라는 뜻이다. ‘부르는 게 값’이었던 비급여 진료비에 원가보다 낮은 건강보험 수가를 매겨 가격을 통제하면 병원의 사정은 지금보다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 과잉진료 막을 대책 시급
과잉진료를 막을 방안도 필요하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는 늘어나고, 저소득층의 본인부담금 상한이 현행 120만∼200만 원에서 80만∼150만 원으로 줄어들면 마음에 드는 의사를 찾아 병원을 불필요하게 전전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면 과다 이용에 따른 환자들의 평균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막기 위해 경증 환자는 동네 의원을, 중증 환자는 대형 병원을 이용하는 ‘의료 전달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질환별로 입원에서 퇴원까지 입원비와 처치료, 약값을 하나로 묶어 미리 가격을 정하는 ‘신포괄수가제’를 대폭 확대하는 게 관건이다. 현재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병·의원 42곳에선 비급여 수입의 비중이 7.9%로 다른 병원(17.1%)의 절반 이하였다. 정통령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시범사업 의료기관을 2022년까지 200곳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