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4월 하순 중국 당국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창궐하자 베이징시 외곽을 봉쇄했다. 하지만 수백만 명의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막일꾼)은 며칠 새 모두 베이징을 탈출했다. 환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는 한 감염 위험성이 작았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전 세계 774명의 사스 사망자 중 중국이 가장 많았지만 중국 정부는 실태 공개보다 파장 축소에 급급하다 불신을 키웠다. 그해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은 1분기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살충제 계란에 이어 간염 바이러스 소시지, 발암물질 생리대까지 드러나면서 우리나라도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증인 ‘케미포비아(chemi-phobia)’가 빠르게 번지고 있다. 계란값은 30∼40% 폭락했고 생리대는 면제품의 인기가 치솟는 가운데 해외 직구도 크게 늘었다. 여성환경연대가 최근 생리대 피해 제보 3009건을 분석한 결과 여성들은 생리주기 불순과 생리량 감소, 생리통 악화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
하종대 논설위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