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취임 배기동 중앙박물관장 “고려건국 1100주년 맞아 기획…인류 진화과정 한눈에 볼 수 있는 대규모 전시회도 선보일 계획”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왼쪽)과 앙리 드 룸리 프랑스 고인류학연구소 이사장이 18일 서울 중구 한국국제교류재단 회의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한국과 프랑스의 대표적인 구석기 고고학자인 두 사람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추진하는 ‘인류의 여명’ 전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지난달 취임한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달 18일 학회 참석차 방한한 앙리 드 룸리 프랑스 고인류학연구소 이사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 전시는 화제가 됐다. “전시 일정상 2, 3년 내 개최하기는 힘들지만 인류 진화 과정에서 문화 보편성과 한반도 선사문화 특성을 조화롭게 보여줄 수 있는 전시를 선보이고 싶다”는 게 배 관장의 말이다.
1985년부터 인연을 맺은 룸리 이사장과 배 관장은 양국을 대표하는 구석기 시대 고고학자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배 관장은 우리나라의 주요 구석기 유적인 경기 연천군 ‘전곡리 유적’을 20년 넘게 발굴했다. 룸리 이사장은 구석기 고고학계의 세계적 석학으로 프랑스 고인류연구소장과 국립자연사박물관장을 지냈다. 고인류 화석이 발견된 ‘아라고 동굴’과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주거지로 밝혀진 ‘테라 아마타’ 유적을 발굴했다.
앞서 1978년 전곡리에서는 동아시아 최초로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발견됐다. 약 14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아슐리안 주먹도끼는 양쪽 면을 갈아 만든 타원형 모양의 석기다. 전곡리 유적 발견을 계기로 이 주먹도끼가 아프리카와 유럽에만 존재할 뿐 아시아에선 발견되지 않는다는 ‘모비우스 학설’이 무너지고 고고학 교과서를 다시 쓰게 됐다. 룸리 이사장은 “유럽이나 아프리카와 다른 한반도에서 독창적으로 발달한 선사문화를 전곡리에서 엿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 관장은 조심스럽지만 신임 관장의 포부도 밝혔다. 내년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중앙박물관이 의욕적으로 기획 중인 ‘대(大)고려전’도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다. 이 전시는 고려불화와 청자, 나전칠기, 금속활자 등 해외 각국에 산재한 1급 고려 유물들을 모아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될 예정이다. 그는 “대단히 중요한 시기의 전시이니만큼 (북한을 포함해) 가능한 한 많은 고려 유물을 확보할 것”이라며 “북한 조선역사박물관 등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나 전 관장 경질을 둘러싼 박근혜 정부의 프랑스 장식미술전 개입 논란에 대한 견해도 피력했다.
배 관장은 “현 정부는 각 분야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정책을 펴고 있으니 그 부분(전시 개입)에 대해선 염려할 필요 없다”며 “문화기관으로서 무게 중심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권력기관의 전시 개입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