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작가 겸 연출가 장우재 ‘미국 아버지’ ‘옥상 밭 고추는 왜’ …9월과 10월 연달아 무대에 올려
극작가와 연출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장우재는 자신을 채우는 행위로 ‘산책’을 꼽았다. 그는 “산책을 하며 생각을 정리할 때 가장 행복하다”며 웃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올가을, 장 씨의 두 작품이 연달아 연극무대를 달군다. 2년 만에 재공연되는 국립극단의 ‘미국 아버지’(9월 6∼25일 명동예술극장)에서는 연출을 맡았다. 서울시극단 김광보 단장과 11년 만에 호흡을 맞추는 신작 ‘옥상 밭 고추는 왜’(10월 13∼29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는 대본을 직접 썼다.
24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에 있는 극단 이와삼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연극계의 뛰어난 ‘이야기꾼’인 그는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9·11테러, 다인종 문제 등 미국 사회의 첨예한 이슈들을 보편적 관점에서 풀어낸 연극 ‘미국 아버지’의 한 장면. 극단 이와삼 제공
“아버지는 편지글에서 아들의 끔찍한 죽음이라는 개인적 고통을 뛰어넘어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세계인이 반성하고 고민해야 할 점을 적었어요. 놀라웠죠. 그의 사유에 매료돼 작품을 만들게 됐습니다.”
그는 성공한 공연을 다시 올리더라도 절대 반복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번 공연에 대해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전달을 우선시했다”며 “대사 사이에 지방을 많이 뺏고 러닝 타임도 많이 짧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연극 ‘불역쾌재’에서 함께 작업한 원로배우 이호재에게 배운 것이라고 했다. “이호재 선생은 정확하게 말을 해요. 군더더기가 너무 없어서 드라이하다 느낄 정도죠. 감정 호소보단 배우가 상황을 딱 짚어주는 정확한 바늘 한 방으로 관객의 마음이 움직이거든요.”
김광보가 연출하는 ‘옥상밭 고추는 왜’는 서울 변두리 동네의 한 연립빌라 옥상의 밭에서 키우는 고추를 몰래 따 간 이웃과 벌어지는 다툼을 그린 작품이다. 인간관계의 도덕과 윤리 의식의 충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