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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국회의원 카롤리네 마헤르 “10세때 반한 태권도, 나를 국회로 이끌어”

입력 | 2017-08-29 03:00:00

국제대회서 130개 메달-트로피
인생 성공 기술도 함께 배워
유리천장 뚫고 진취적 여성 롤모델




이집트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인 카롤라인 마헤르(31)가 태권도 국가대표 시절 받은 수많은 메달과 트로피들을 보여주고 있다. 캐롤라인 마헤르 제공

“태권도가 저를 국회로 이끌었어요. 인생을 성공으로 이끄는 다양한 기술을 제게 가르쳐 줬거든요.”

카롤리네 마헤르(31)는 이집트에서 가장 성공한 운동선수 중 한 명이다. 그는 이집트 태권도 국가대표로 38개국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출전해 130개의 메달과 트로피를 휩쓸었다. 2013년에는 아랍-아프리카 여성 최초로 태권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2015년 말 총선 때는 압둘팟타흐 시시 대통령이 직접 지명하는 28명에 들어 현역 의원이 됐다.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후보는 투표 없이 당선된다. 거침없는 발차기로 이집트의 ‘유리천장’을 깨뜨린 마헤르 의원을 24일(현지 시간)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만났다.

마헤르는 “또래 여자애들이 발차기를 하는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었다”며 10세 때 태권도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태권도를 배운 지 한 달 반 만에 독일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참가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며 “운이 좋았던 건지 재능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받았다”고 말했다. 재능을 입증하기까지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는 가장 어린 나이에 이집트 주니어 국가대표가 됐다.

“대표팀에 처음 입단했을 때 여자 선수들은 일찍 결혼해 가정을 꾸릴 거라는 생각들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어요. 하지만 팀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많은 메달을 따기 시작하면서 그런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마헤르는 주장을 맡아 대표팀을 이끌었다. 그는 “태권도를 통해 배운 것은 자기 방어 기술만이 아니었다”며 “팀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법,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내하는 법 등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헤르는 ‘평화가 승리보다 귀중하다’는 태권도의 가르침도 잊지 않았다. 장애인을 돕는 자선단체 헬름에서 인사관리 컨설턴트로 일하며 1000명이 넘는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줬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찾았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이런 일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현재 이집트 국회에선 마헤르를 포함해 90명의 여성 의원이 활동하고 있다. 마헤르는 “이집트 여성 의원의 비율은 15%로 역대 최고”라며 “여성들이 정치적으로 존재감을 나타내면서 조금씩 인식의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헤르는 이집트에서 진취적인 여성들의 롤 모델이 됐다. 마헤르에게 영감을 받은 많은 여성들이 태권도를 배우며 유리천장을 향해 끊임없이 발차기를 하고 있다.

샤름 엘 셰이크=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