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재호 과학평론가
유엔 프로젝트는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농업 생산량을 50% 증대시켜야 한다고 경고한다. 약 96억 명이 되는 인류의 식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식욕을 없애진 못해도 식물의 광합성 효율을 높이면 더 많은 식량 생산이 가능하다. 14일 ‘MIT 테크놀로지리뷰’는 이 같은 내용을 소개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이미 2015년에 세상을 바꿀 10가지 기술 중 하나로 강력한 광합성을 선정한 바 있다. 이 기술은 옥수수와 사탕수수의 특정 유전자를 쌀에 이입해 광합성을 촉진한다. 이에 따라 식물의 성장이 촉진되고 쌀의 생산량이 늘어난다. 현재 과학자들은 상대적으로 유전공학이 쉬운 담배를 대상으로 연구 중이다.
수억 년에 걸쳐 진화한 게 광합성이다. 광합성은 식물이 이산화탄소와 물, 빛으로 화학에너지를 만들어 당에 저장(포도당)하고 산소를 만드는 과정이다. 식물의 엽록체 안 엽록소 최소 200여 개가 협력하면서 광합성을 한다. 엽록소는 탄소와 물(산소와 수소, 전자)을 이용한다. 식물은 광합성을 위해 약 160단계의 생화학 과정을 거친다. 그 결과 벼, 밀, 감자, 강낭콩 같은 유기물 알갱이들이 탄생한다. 이 유기물은 식물의 발아, 생장, 호흡 등에 따라 당으로 분해되어 재사용된다.
식물 대부분은 C3 광합성을 하고 약 5%만 C4 광합성을 한다. 옥수수나 사탕수수가 C4 광합성을 하는 식물이며 벼, 감자, 강낭콩 등이 C3 광합성을 한다. C3 식물의 잎은 엽육세포로만 이루어진 것에 반해 C4 식물은 엽육세포뿐만 아니라 유관속초세포도 있다. 이 두 세포의 협동으로 C4 식물은 공간을 분리해 C3 식물의 이산화탄소 고정 속도에 비해 좀 더 강하게 이산화탄소를 고정할 수 있다. 즉, 체내에 이산화탄소 농도를 수십 배 높여 산소의 과한 접근을 막는 것이다. 이로써 C4 광합성 식물은 고온에서도 효율적으로 광합성을 하며 메마른 곳에서 상대적으로 잘 자란다.
문제는 C3 광합성을 C4로 바꾸기 위한 유전자 경로 분석은 활성화 차원 등 더 많은 연구, 즉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벼 스스로 C4 광합성을 하도록 개량하려면 이와 관련한 유전자 수십 개를 모두 파악해야 한다. 또 C4 광합성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잎의 특화된 세포에 농축시키는데 여기서 많은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한다.
아울러 만약 2100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600∼750ppm에 달하면 식물 스스로 메커니즘을 변화시켜 진화할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선 C3 식물이 지금보다 30∼60% 빨리 자라게 될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늘면 광합성 양이 증가하지만 꼭 식물의 생장이 엄청나게 좋아지는 건 아니다. 빛, 온도, 일주기, 영양 등 전체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
느린 식물의 진화를 빠른 인류 번식에 발맞출 수는 없다. 필요하다면 ‘식물윤리’도 고려해야 한다. 식물이 어떻게 에너지를 만들고 장기간 보존하며 미생물 및 곤충들과 공생하는지 더욱 면밀히 관찰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대지의 40% 정도가 인류의 식량 생산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나머지는 황무지이거나 고산 지대라서 경작이 힘들다. 인류를 위협하는 건 결국 먹는 문제로 귀결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