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토머스 마켄스 미국 출신·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재학
한국 회사 문화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여러 가지 독특한 문화에 대해 설명해 준다. 예를 들면 매일 아침에 다 같이 스트레칭을 하는 것들이다. 패밀리 데이도 그중 하나다. 왜냐하면 미국은 이런 야근 문화가 없다. 물론 야근은 세계 각 나라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에 성공하고 높은 직급으로 승진하고 싶으면 시간과 힘을 많이 들여야 한다는 말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한국처럼 야근을 안 하는 날이 특별한 이벤트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요즘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이 화제다. 성공적인 경력을 갖는 동시에 활기 넘치고 보람 있는 삶을 추구하는 것은 현대인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다. 프랑스에서는 오후 6시 이후 일과 관련된 이메일을 보내면 안 된다는 법안이 통과됐다. 원격 재택근무 시스템을 사용하는 회사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전통 근무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나타나는 변화이다. 한국은 어떨까?
OECD의 노동 생산성에 대한 보고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 생산성은 OECD 중 30위에 그쳤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1.9달러이고, 독일은 65.5달러, 미국은 68.3달러다.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일하는 시간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효율성은 더 떨어진다.
나는 한국의 야근 문화에 대해서 많이 들어왔고, 실제로 매일 퇴근 시간보다 2시간 늦게 퇴근하다 보니 야근이 정말 흔한 문화라고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야근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라는 식의 문제는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차피 야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을 조금 여유롭게 하는 것일까? 아니면 일을 조금 여유롭게 하기 때문에 야근하는 것일까?
한국 사람들은 학생 때부터 그렇게 생활하라는 가르침을 받는다. 나는 한국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 경험이 있는데 학생들의 바쁜 야간 수업을 기억한다. 학교, 자율학습, 학원으로의 순환에 대해 빨리 이해하게 되었다. 한국 교육은 또 다른 일의 연장인데, 만약 공부를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학생 때부터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이 일상화되는 셈이다.
이 글의 목적은 한국과 한국 문화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사람의 대단한 직업 윤리의식 때문에 한국은 가난한 나라에서 기술 경제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훌륭한 나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것은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근무 시간이 긴 대기업은 그에 따른 보상 시스템이 잘되어 있어서 간단하게 나쁘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을 빨리 바꾸는 것이 어렵다는 걸 잘 이해한다. 사실 이러한 시스템을 바꾸지 않아도 요즘 취업 경쟁률이 너무 높고 무조건 유명한 대기업에 입사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그런데 바꾸기 어렵다고 무덤덤하게, 한국은 원래 그렇다고 제발 말하지 말자. 회사의 성공과 직원의 행복을 위해 이대로 머무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토머스 마켄스 미국 출신·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