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측백나무
중국산시성황제릉앞에있는수령5000년된측백나무. 장수를 상징한다.
측백나무는 중국의 황허(黃河)강 유역을 대표하는 나무다. 현재 베이징 이허위안(이和園), 톈탄(天壇)을 비롯해 황허강 유역에는 나이 많은 측백나무가 아주 많다. 중국인들은 측백나무를 ‘성인(聖人)’의 기운을 받은 나무라 생각했다. 중국 북송의 왕안석(王安石)은 측백나무의 한자 백(柏) 중 ‘백(白)’을 백작(伯爵)으로 풀이했다. 그래서 중국 주나라 때 측백나무를 제후(諸侯)의 무덤에 심었으며, 한나라 무제는 측백나무를 선장군(先將軍)에, 당나라 무제는 대부(大夫)에 비유했다. 중국 허난(河南)성 쑹산(嵩山)산 자락의 쑹양(嵩陽)서원에는 한나라 무제가 장군으로 임명한 4500년 된 측백나무가 살고 있다.
측백나무의 의미를 가장 잘 드러낸 기록은 ‘논어·자한’의 ‘날씨가 추운 뒤에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나중에 시든다는 것을 안다(歲寒然後知松柏之後彫)’이다. 추사 김정희는 논어의 구절을 모방한 ‘세한도’를 그려 이상적에게 선물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송백의 ‘백’을 측백나무가 아닌 잣나무로 오역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다만 우리나라의 문헌에 등장하는 ‘백’은 잣나무로 사용하는 사례가 많아서 유의해야 한다. 나는 이런 사례를 ‘문화변용’이라 부른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