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미술과 협업 가요계 ‘이상한 기류’ 확산
20주년 전시회를 연 그룹 젝스키스.
‘젝스키스 전시회 올 거지?’ ‘가수 헤이즈 컴백 전시회 가볼 거야?’
올 들어 이상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가수가 컴백할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전시회를 들고나온다. 가수가 직접 뭘 그렸다는 것도 아니다. 새 앨범의 콘셉트나 가수의 이미지에 맞게 미술 작가와 협업을 해서 만든 전시라는 것이다. 재작년 ‘지드래곤 현대 미술 전시회’가 하도 별로라고 해서 안 갔는데 가볼 걸 그랬나?
○ 대중음악과 미술, 새로운 방식으로 손잡다
5월 서울 홍익대 근처를 지나던 이들이라면 벽면 전체가 샛노란 건물을 봤을 것이다. 젝스키스가 데뷔 20주년을 맞아 건물 하나를 통째로 빌려 일종의 ‘젝스키스 미술관’을 꾸민 것이다. ‘옐로 유니버스전(展)’에서 노란색은 젝스키스의 응원 풍선 색깔이자 상징색이다. 화보, 무대 의상, 소장품들을 마치 미술관처럼 늘어놨다. 멤버들이 직접 녹음한 오디오 가이드도 등장했다.
가수 헤이즈가 연 전시회 ‘스펙트럼 오브 헤이즈’ 현장.
한때 지나간 장마 같은 유행이 아니다. 강아솔 김목인 이아립 빌리카터를 배출한 국내 대표 인디 음반사 ‘일렉트릭뮤즈’는 다음 달 5∼10일 서울 마포구 대안문화공간 ‘탈영역우정국’에서 10주년 기념 전시회를 연다. 이 역시 ‘화수’들의 솜씨가 아니다. 12명의 음악가에 12명의 미술작가가 붙어서 각자의 음악 세계를 미술로 표현했다.
최근 대중음악과 미술의 전면적 협업이 일반화된 것은 왜일까. 김민규 일렉트릭뮤즈 대표는 음악 팬들에게 뭔가 다른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단다. “20대 중반∼40대 중반의 저희 음악 좋아하는 팬들이 전시, 출판을 소비하는 계층과 겹치기도 합니다. 음악이란 게 형체가 없어서 공연장 말고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전시장 1층에서는 포스터와 엽서 세트, 음반을 함께 팔 예정이다. 인디 음악인들은 미술관에서 주기적으로 공연을 해 와서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기도 하다.
○ 시각 자극이 일상화된 모바일 세대, 공간의 가치에 눈떠
9일 서울시립미술관 마당에서 열린 뮤지엄 나이트 콘서트엔 시민 300여 명이 찾아 뮤지션 FRNK, 250, JUNE ONE의 공연을 즐겼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가 주는 시각적 자극들 때문에 온몸으로 공간을 느끼는 체험의 의미가 더 커졌다는 해석도 있다. 차우진 대중문화평론가의 분석. “소셜미디어로 연결된 군소 작가와 음악인들이 취향이 겹치는 팬덤을 함께 끌어모을 수 있게 됐다”며 “미술 작가도, 싱어송라이터도 1인 창작에 익숙하니 협업도 쉽고 빠르게 진행된다”고 말했다.
에이전트 7은 문득 중학교 미술시간이 떠올랐다. 아그리파를 그리라는데 태권브이를 그려놨던 기억. 에이전트 28과 오랜만에 미술관에라도 가볼까 생각하던 찰나,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다음 회에 계속)
임희윤 imi@donga.com·조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