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6월 전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2만89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2% 감소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태어난 신생아는 약 19만 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입니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에서는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출산율이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나지만 우리나라처럼 빠른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아이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은 올 2분기(4∼6월) 1.04명으로 떨어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낮은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거론됩니다. 청년층의 고용이 불안정한 반면 주택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결혼에 대한 부담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됩니다. 여성의 교육 수준과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지면서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에 따른 부담감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주요한 배경으로 보입니다. 교육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 때문에 양육 및 교육비 부담이 상당한 것도 저출산의 한 원인이겠죠.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 예산으로 지난 10년간 100조 원 이상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이 하락한 점을 보면 정부 정책은 큰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육아휴직에 따른 소득 보조, 어린이집 확대 등 양육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 주로 시행되었지만 여전히 부족한 수준입니다.
청년층의 고용 불안정과 주택 가격 부담 확대는 우리뿐만 아니라 여러 선진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지만 정책적 지원을 통해 저출산을 극복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유럽의 청년실업률은 우리나라보다도 높은 수준이며 ‘1000유로 세대’로 대변되는 불안정한 일자리 문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랑스 스웨덴 등은 합계출산율이 2명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수준입니다. 프랑스와 스웨덴은 양육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각각 공립유치원과 보육시설을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16세 미만까지 아동수당을 지급합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투입하는 예산은 프랑스가 국내총생산(GDP)의 3% 수준으로 우리나라가 1% 정도인 걸 감안할 때 상당한 규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대폭적인 정책 개선만이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