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수영 고려대 경영대 교수
그런데 일본의 도쿄나 오사카, 독일의 뮌헨,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은 물론이고 홍콩, 싱가포르같이 빌딩 숲으로 가득한 인구과밀 도시에서는 정작 방음벽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도심은 물론 한적한 시골 고속도로까지 방음벽이 한없이 펼쳐져 있는 걸까.
고층 아파트의 경우 방음벽이 소음 차단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여기에 도시 미관을 해치고, 운전자 시야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방음벽 설치비용이 도로 총공사비의 25%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도로 화재 시 철골이 녹아내리는 등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방음벽이 소음 차단은커녕 도시 미관도 해치고 경제성이나 도로 안전 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서울∼세종고속도로 구간에 방음벽을 설치하기 위해 엄청난 사업비를 배정하고 있다. 행여 해당 업체 간 이해관계로 이러한 저소음 도로포장 기술의 보급이 지연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아파트 입주자와 우리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방음벽으로 소음 민원을 해결하겠다는 소극적인 자세보다는 공사비의 경제성과 도로교통의 안정성, 더 나아가 도시와 고속도로의 품격까지 갖춘 저소음 도로포장 기술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방음벽에 갇힌 도로보다는 양쪽으로 나무가 쭉 펼쳐지는 저소음 포장도로가 생활환경과 도시 미관을 중시하는 미래사회의 지향점이 아닐까.
권수영 고려대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