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희 씨는 소설에서 쓸쓸한 상황에 가벼운 웃음을 섞어놓는다. 동아일보DB
-윤성희 소설 ‘낮술’에서
나도 학교 다닐 때 장래희망을 써냈었다. 내 눈에 근사하게 보이는 직업을 적었다. 그 직업의 환함만 내 눈을 한 가득 채웠으니, 그 뒤의 그늘을 알았더라면 다른 직업을 적었을지도, 혹은 어느 직업도 적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세상 모든 일은 그렇게 환함과 어두움이 있는 것이고, 환하다는 건 어두움이 있기에 가능한 단어일 것이다.
‘효자’는 아빠가 장래에 간절하게 됐으면 하는 것이다. 왜냐 하면 아빠는 장래에 효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안 계셔서다. 아빠가 담임선생님한테 뺨을 맞고도 부모님이 돌아가셨단 얘기를 하지 않는 장면에선, 입을 열면 울까 싶어 꾹 참는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짠해진다.
윤 씨는 슬프고 쓸쓸한 이야기에 유머를 겹쳐 쓰는 작가다. 그의 소설에서 삶은 상처의 연속이지만 사람들은 악을 쓰거나 비통해 하는 대신, 무겁지 않은 웃음과 함께 상처를 견뎌내고자 한다. 삶에는 명과 암이 공존함을 일러주는 ‘윤성희 식 글쓰기’인 셈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