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100일과 언론 책임 허니문이라도 安保는 양보 안돼… 끊임없이 문제 제기해야 ‘살충제 계란’ 표현 혐오감… ‘살충제 잔류 계란’이 어떨지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본사 회의실에서 ‘문재인 정부 100일과 언론 책임’을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이진녕 미디어연구소장, 류재천 조화순 위원, 김종빈 위원장, 신용묵 이준웅 김광현 위원.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김종빈 위원장=국가적 문제와 관련해 국민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도 못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새로 출범한 독자위원회를 통해 국민이 하고 싶어 하는 얘기를 대변하고, 정부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통해 언론문화 발전에도 기여하면 좋겠습니다.
조화순 위원=동아일보가 대통령의 탈권위와 실천 의지를 명확히 보여준 것은 잘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에 대한 심도 있는 평가가 부족했고 어떻게 내실 있게 구현할지에 대한 분석은 적어 아쉬웠습니다.
이준웅 위원=이 정부에서도 인사 문제가 불거질 것이란 점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준비가 부족해서인지 그에 대한 언론의 분석과 비판이 미흡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이 정부의 인재풀과 인사의 방향성 같은 것을 분석적 심층적으로 다뤄줬으면 합니다.
류재천 위원=너그럽게 봐 100일을 허니문 기간이라고 하더라도 안보 문제는 양보할 수 없는 사안입니다. 국가의 운명과 관련된 것인 만큼 보수적 관점에서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해야 하는데 동아일보가 좀 약한 듯 보였습니다.
김광현 위원=현 정부는 초기에 매일 1면 톱거리의 이슈들을 쏟아냈습니다. 비판받을 소지가 다분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인수위 없이 출범한 정부이고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비판하더라도 그런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일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문재인 정부가 권력을 친근한 이미지로 만든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소통은 퇴보했던 것 같습니다. 소통을 내세운 정부가 국민의 동의를 구하거나 의견을 물어서 결정한 일은 없었습니다. 겉으로는 소통을 한다고 했지만 형식에 머물렀다는 느낌입니다. 원전 문제는 어떻게 보셨습니까.
류 위원=화두를 던지고 그 이후 결정을 해야 하는데, 원전 문제는 (탈원전이란) 결정을 한 뒤 화두를 던져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셈입니다. 이런 잘못된 맥락을 마땅히 짚어줬어야 합니다.
김 위원=“원전 중단 결정, 단 세 마디 회의로 끝냈다”는 본보 기사(7월 12일자)는 절차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짚은 것으로, 언론계에서 원전 문제를 다루는 데 기폭제가 됐다고 봅니다.
류 위원=그 보도는 좋았지만, 탈원전 로드맵을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해서 국민이 관심을 갖도록 계속 화두를 던져야 합니다.
김 위원장=탈원전이 시행되면 전기료가 안 오를까 궁금했습니다. 그런 것이 국민이 갖는 관심 아닐까요. 하지만 이에 대한 언론 보도는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조 위원=정부가 소통을 내걸고 있지만 대부분의 정책은 이미 방향이 정해져 있으니 같은 편끼리의 소통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정부가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그 결정에 따르겠다고 하는데 형식만 국민 참여라는 꼼수를 부린 거 아닌가요.
이 위원=에너지 문제는 좌우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안보 성장 환경 세대와 연관된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공론화위원회가 제대로 일을 진행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하고, 국민이 지식 기반을 갖고 판단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보도해야 합니다.
신 위원=선진국의 경우 최저임금은 모든 경우에 해당되는 게 아니라 사회보장제도의 틀에 들어가 있지 못해 미래가 불확실한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단지 생계적 측면에서만 다루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에 대한 올바른 논의가 진행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 위원=최저임금을 포함한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선 전문가들까지 포함해 찬반 입장이 다양합니다. 장기적으로도 정말 좋은 일인지, 미래 세대에 부담을 주는 일은 아닌지 전문가의 의견을 구해 심층 보도해야 합니다.
조 위원=문재인 정부가 던지는 경제 인권 환경 등의 화두들은 어쩌면 우리 사회가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좋은 이슈들입니다. 다만 수레가 굴러가는데 돌 뿌리고 자갈 뿌려서 천천히 굴러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언론이 해야 합니다.
김 위원장=국민에게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그 자체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보다는 절차에 맞게 순리대로 행해지는지를 따지는 게 중요합니다. 국민 동의가 필요한 사안인데도 동의를 생략하거나 무시하는 등 절차 위반 부분을 감시해야 합니다. 옳은 결과가 나온다 해도 과정이 민주주의적이지 않다면 옳지 못한 일입니다.
조 위원=탕평인사라고 하려면 탕평의 혜택을 받는 야당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당위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총리의 역할이 없는 것 같고, 국회도 사라진 것 같습니다. 이를 지적하는 보도가 부족했습니다.
김 위원장=문재인 정부 100일 관련 내용 말고도 어떤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까.
신 위원=대통령과 재계 간담회 보도(7월 28일자)는 거의 속기록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향후 간담회가 가져올 과제 목적 기대효과에 대한 보도 비중이 너무 작아 아쉬웠습니다.
이 위원=“계란 내일부터 안심하고 드세요”라는 기사(8월 17일자)는 독자들의 궁금증에 딱 맞는 접근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사를 읽어보면 이 말을 한 사람이 전문가가 아닌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더군요. 전문가의 견해를 제시하는 게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요.
류 위원=모든 언론에서 ‘살충제 계란’이라고 쓰는데 혐오감을 조장하는 표현은 삼가야 합니다. 동아일보만이라도 ‘살충제 잔류 계란’이라고 정확하게 쓸 것을 제안합니다.
이 위원=연해주 ‘독립운동가 기념비’ 훼손 관련 기사(8월 14일자)는 좋은 발굴 기사입니다. 그러나 보훈처에 대한 비판 내용도 포함돼 있는데 러시아에 있는, 민간 사업자가 만든 사적지까지 보훈처가 관할하라는 것은 지나친 지적일 수도 있습니다.
김 위원장=대법원장 관련 기사는 제목이 ‘서열 파괴 대법원장 후보’(8월 22일자)였습니다. 그런데 국민은 법관들 서열이 뭔지 잘 모릅니다. 이분이 대법원장이 됐을 때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더 비중 있게 다뤄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진보 성향 대법원장 후보’가 더 적합하고 전달이 쉬웠을 겁니다. 국민 생활과 정책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인사에 대해서는 국민의 관심에 입각해 보도해야 합니다.
정리=김동원 기자 daviskim@donga.com·손유경 인턴기자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