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여자야구대표팀 한지윤이 28일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제3회 LG컵 국제야구대회 일정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천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야구선수를 꿈꾸던 한 소녀가 있었다. 현실은 녹록치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야구와 학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 그 덕분에 한국여자야구대표팀의 일원으로 우뚝설 수 있었다. 동봉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4번타자 한지윤(19·서울 후라) 얘기다.
한지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리틀야구팀에 입단해 꿈을 키웠다. 2010년에는 한 케이블TV 채널의 야구 꿈나무 육성 프로그램에 캐스팅되기도 했다. “리틀야구팀에 들어가서 처음 야구공을 잡았어요. 그런데 야구를 할 곳이 마땅치 않아 힘든 시기를 겪었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야구와 공부를 병행했어요.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께서 팀을 알아봐 주신 덕분에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야구를 계속하고 싶다는 꿈이 이뤄진거죠.”

25일 경기도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제 3회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 2017‘가 개막했다. 한국과 홍콩의 경기에서 4회말 무사 1, 3루에서 한국 홍은정 타석 때 이중 도루로 득점에 성공한 한지윤이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이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야구를 하기 위해선 학업도 게을리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2016년에는 학업에 집중하느라 야구에 투자할 시간이 다소 줄었지만, 한지윤은 한 장의 잎사귀보다 한 그루의 나무, 한 그루의 나무보다 숲을 봤다. 피나는 노력의 결과는 달콤했다. 2017년 수시 예체능 서류전형을 통해 이화여자대학교 체육대학에 합격했다. 한결 부담을 내려놓고 야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된 배경이다. “어떻게든 야구를 하고 싶어서 이화여대에 진학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과정은 힘들었지만, 제가 하기로 결정한 일이잖아요. 대학 진학이라는 관문을 넘은 덕분에 조금은 부담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야구도 더 잘되는 것 같아요.”
25일 경기도 이천 LG 챔피언스파크에서 ‘제 3회 LG컵 국제여자야구대회 2017‘가 개막했다. 한국과 홍콩의 경기에서 3회말 무사 2루에서 한국 한지윤이 1타점 2루타를 날리고 있다. 이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한지윤의 목표는 소박하면서도 뚜렷했다. “여자선수들이 야구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게 해야 한다”던 동 감독의 의지와 일맥상통했다. “어린 여자선수들이 직업으로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제가 유명해지기보다는 뒤에서 도와주는 언니가 되고 싶어요. 그저 열심히 제 자리에서 언니와 동생들을 돕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그의 말 마디마디에 진심이 묻어났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