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은 물론이고 뉴욕 파리 등에서 이렇듯 종횡무진 활약한 그가 바로 홍콩 출신 사업가 데이비드 탕이다. 1954년 홍콩 명문가에서 태어난 탕은 13세 때 영국으로 건너가 케임브리지대를 졸업한 전형적 금수저였다.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1998년 중국 전통의상에 서구 감수성을 융합한 패션브랜드 ‘상하이 탕’을 설립했다. 2007년 리안 감독의 영화 ‘색, 계’에서 요염한 여주인공 탕웨이가 입었던 치파오가 ‘상하이 탕’이다.
▷레스토랑과 고급 사교클럽, 쿠바 시가 판매회사 등을 운영하며 부를 축적한 탕은 파티광에 플레이보이로 이름을 날렸지만 동시에 자선활동에 남다른 열정을 쏟았다. 2008년 영국 여왕에게 기사 작위를 받은 이유다. 자신의 뿌리에 대한 자긍심이 높아 ‘홍콩의 매력은 자유’라며 홍콩 민주화를 위한 우산혁명에 강력한 지지를 보냈다. 콧대 높은 서구인들도 인정한 고품격 취향과 안목, 글로벌 인맥을 활용해 중국과 중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초특급 민간대사 역할을 톡톡히 한 것도 유명하다. 동양인이면서 영국의 매력에 깊숙이 빠져든 탕은 자신이 ‘무늬만 중국인’이라며 스스로를 ‘바나나’에 빗대는 유머도 잊지 않았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