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核 폭주 6차 핵실험]‘핵 종착점’ 바짝 다가선 北
북한 김정은은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수소탄이라고 주장하는 핵탄두로 6차 핵실험을 전격 감행하기에 앞서 핵무기연구소를 찾아 이렇게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보도했다.
김정은은 6차 핵실험을 핵보유국 진입의 ‘마지막 통과의례’로 여긴 것으로 보인다. 1차 핵실험(2006년 10월 9일) 이후 11년간의 핵 제작 기술을 총정리해 대내외에 과시하는 동시에 증폭핵분열탄(수소폭탄 전 단계)과 같은 새로운 차원의 핵무기 완성의 수순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노동신문은 이날 ICBM용 수소탄이라고 주장하는 호리병처럼 생긴 모형을 공개한 뒤 개발 중인 수소폭탄(수폭)의 위력이 수십∼수백 kt급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이 기존에 개발한 핵탄두(우라늄 및 플루토늄탄)에 이어 수폭도 실전 사용을 염두에 두고 위력을 조절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군 당국자는 “김정은은 수폭급 핵무기를 ‘사실상(de facto) 핵보유국’으로 직행하는 ‘최종 티켓’으로 여길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무장을 더는 저지할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워싱턴과 뉴욕까지 사거리를 늘려 핵공격할 수 있는 ICBM 발사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수폭급 핵탄두를 ICBM에 실전 장착해 태평양으로 쏘아 올리는 실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6차 핵실험 한 달여 전부터 미 본토와 괌을 겨냥해 ICBM급인 화성-14형과 중장거리미사일(IRBM) 화성-12형을 잇달아 발사한 점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북한이 핵무장을 최종 완성하려면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핵소형화 기술을 완벽하게 갖춰야 한다. 스커드나 노동급 탄도미사일에 장착하는 핵탄두의 무게는 700kg∼1t, 미 본토까지 날아가는 ICBM용 핵탄두는 500kg까지 줄여야 한다. 부피도 그만큼 작게 만들어야 한다. 북한이 이날 ICBM 탑재용 수폭을 개발해 핵실험까지 성공했다고 주장했지만 액면 그대로 믿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군 당국은 북한이 핵소형화 기술에 상당히 근접했지만 완성 단계는 아닌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커드-B급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 소형화는 달성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ICBM의 최종 관문인 재진입(Re-entry) 기술도 필수적이다. 핵탑재 ICBM을 쏴도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고열(섭씨 6000도 이상)과 엄청난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파괴되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7월에 ICBM급 화성-14형을 두 차례 고각(高角)발사하고, 지난달 29일에는 화성-12형 IRBM을 처음으로 정상각도로 쐈지만 재진입 기술을 입증하지는 못했다. 특히 화성-12형의 탄두부는 최종 낙하 단계에서 3조각으로 쪼개져 재진입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그간 재진입 기술에 성공했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기술적 근거가 희박하다”며 “핵소형화보다 재진입 기술 완성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수폭 탑재 ICBM은 핵개발의 최종 목적지라는 점에서 북한이 이에 박차를 가할 경우 수년 안으로 핵소형화와 재진입 기술 달성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