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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카페]낭독 때 드러나는 생명과 문장의 완벽한 결합

입력 | 2017-09-04 03:00:00

中출판계 새 트렌드 ‘낭독자’




“낭독은 문장을 전하는 것이자 생명을 드러내는 것이다. 존중할 가치가 있는 생명과 주목할 만한 문장이 완벽하게 결합되는 것, 그것이 ‘낭독자’다.”

이 책은 관영 중국중앙(CC)TV 1번 채널에서 매주 토요일 방영되는 프로그램 ‘랑두저(朗讀者·낭독자)’의 사회자 둥칭(董卿)의 말로 시작한다. 올해 2월 시작해 중국에서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며 인기를 얻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나와 자신의 사연을 얘기하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의 한 대목을 낭독하는 내용이다. 출연자는 평범한 사람들부터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여의사, 기업가, 배우까지 다양하다. 읽어주는 책 역시 중국의 대표적인 현대 작가 루쉰, 라오서는 물론 소동파 등의 명작이 많아 중국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의 내용을 엮어 지난달 출간한 동명의 이 책 역시 현재 중국판 아마존 ‘당당왕(當當網)’ 문학 신간 분야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다.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가 낭독하는 내용으로 짧게만 맛볼 수 있었던 고전을 좀 더 길게 소개해줘 읽는 맛을 더했다.

8개월 때 고열로 청력을 잃은 뒤 말을 못하게 된 아이. 엄마는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아들을 일반 학교에 보냈고, 입학 첫날 엄마도 같은 반 학우가 되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16년을 아들의 짝꿍으로 같이 학교를 다녔다. 결국 엄마는 아들의 귀가 돼주었고 아들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서로 격려하며 함께 길을 걸어온 엄마에게 아들은 중국 여류작가 빙신(빙心)의 단편을 읽어준다. “한번은 어렸을 때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도대체 왜 나를 사랑해요?’ 엄마는 바느질을 놓고 이마를 내 이마에 댑니다. 주저하지 않고 따뜻하게 말해줍니다. ‘그냥. 내 아이니까.’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어지러울 때도 나는 엄마를 찾을 수 있습니다. 나에 대한 엄마의 사랑은 만물이 사라져도 변하지 않습니다.” 엄마는 아들이 더듬거리는 말로 낭독하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좋은 문학은 항상 마음의 위대한 힘으로 이끈다. ‘랑두저’는 내심의 목소리에 경청하게 해줬고 정신생활에 대한 갈망을 채워주었다.” 엄마에게 읽어주는 아들의 목소리는 이 책의 서문에 있는 이 글귀를 마음으로 느끼게 한다.

실제 ‘랑두저’의 인기 이후 많은 중국 도시에서 낭독정(亭)을 만들었고 많은 중국인이 이곳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글귀를 낭독한다고 한다. 3분 남짓 낭독 동영상을 찍기 위해 9시간을 기다리기도 한다고 하니 문화현상이 됐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글 첫머리에 소개한 둥칭의 말, 아들이 낭독하는 모습을 보며 눈물이 맺힌 엄마의 모습을 책에서는 볼 수 없다. 스마트폰으로 책 속 사진을 스캔하면 스마트폰에 해당 방송 프로그램이나 별도로 제작한 영상이 뜬다. 중국 출판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