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데뷔 25주년 콘서트 하던 날
데뷔 25주년을 맞은 서태지가 2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25주년 콘서트―타임 트래블러’를 열었다. 서태지컴퍼니 제공
대장이 데뷔했던 1992년, 내가 중학교 2학년 시절로 돌아간 건 아냐. 먼저 9년 전부터 갔어. 2008년 8월 15일 오후, 잠실 주경기장 바로 옆 야구장에서 대장은 ‘ETP FEST 2008’을 열었지. UFO를 형상화한 무대에 대장은 우주선을 타고 내려왔어. 관객들은 마녀들의 축제에 온 것처럼 원을 그리며 돌았지. 대장이 물었어. “16년이 주마등처럼 스쳐가죠?” 관객들이 울음을 터뜨렸어. 9년 전과 달리 관객들은 이번에는 울지는 않았어. 이제 그럴 나이는 지났거든.
그래도 대장은 엄청나더라. ‘난 알아요’의 ‘회오리춤’을 다시 출 줄은 몰랐어. ‘필승’을 라이브로 부르며 ‘원래 음높이로 못 부른다’는 소문을 종결시켰지. 옛 사운드를 그대로 재현한 건 최고였어. ‘하여가’의 태평소 소리가 관객을 그 시절로 이끌었지.
관객 3만5000명이 모인 ‘서태지 25주년 콘서트’에는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8곡의 무대를 함께 꾸몄다. 이들은 두 명씩 서태지와 함께 무대에 올라 양현석과 이주노가 함께하던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을 재연하기도 했다. 서태지컴퍼니 제공
무대 연출도 섬세하게 공들인 티가 나더라. 옥에 티라면 중간에 대여섯 곡에서 좌우 스크린이 가운데로 합쳐지면서 무대를 중계하지 않아 뒤쪽 2, 3층 관객들이 보기 불편했대.
열 살 아래인 후배 기자가 함께 공연을 보고 말했어. “시대를 대변하는 곡들을 듣고 나니 왜 서태지가 지난날 최고의 가수였는지 이해가 간다”고. ‘교실 이데아’를 부르며 꽉 막힌 교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우리 세대가 이제 곧 그 교실로 아이들을 밀어 넣을 나이가 돼. 우리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 ‘아주머니’가 짧은 교복 치마를 입은 채 공연장에 들어섰어. 네댓 살 돼 보이는 딸아이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는 것 말고 옛날의 그 여학생과 달라진 건 없어 보였어.
조종엽 jjj@donga.com·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