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6차 핵실험… 위력 5차 때의 최소 5배 ‘역대 최강’
“ICBM용 수소탄 성공” 수폭 탑재 미사일 배치 임박
첫 실험 11년만에 핵무장 완성 단계… 한반도 격랑
북한 김정은이 두 차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정상 각도 발사에 이어 3일 낮 12시 29분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1차 핵실험(2006년 10월 9일) 이후 11년 만에 최대 위력의 핵도발이 현실화되면서 북핵 사태가 ‘최종 수순’에 접어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이날 오후 3시 반 핵무기연구소가 발표한 성명을 통해 “조선노동당의 전략적 핵무력 건설 구상에 따라 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단행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날 오전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핵실험이 결정됐으며, 김정은이 최종 사인을 했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경제·외교적 제재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 보유가 기정사실로 굳어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8년에 걸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기간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해온 북한이 ‘화염과 분노’까지 언급한 도널 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 맞서 첫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핵무장 9분 능선을 넘어 완성을 목전에 둔 마무리 단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김정은은 한미가 확전을 우려해 절대로 대북 군사조치를 못 할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면서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미 양국에 대한 핵미사일 실전 배치를 완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자 1면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핵무기연구소를 시찰하고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현지 지도했다는 기사와 사진을 보도했다. 좌측 안내판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화성-14형 핵탄두(수소탄)’라고 적혀 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특히 북한 주장대로 ‘ICBM용 수소탄’ 시험이라면 북핵 사태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에 진입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10∼20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위력)급 원자폭탄(우라늄 및 플루토늄탄)과 달리 1발로 1개 도시를 초토화할 수 있는 수소폭탄(수폭)을 탑재한 ICBM은 핵무장의 ‘종착지’로 불린다. 이번 핵실험의 인공지진 규모(5.7)로 볼 때 군은 그 위력은 50kt으로 추정하고, (수폭 등) 여러 가능성을 두고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증폭핵분열탄(수폭 전 단계)의 위력이 40∼50kt 미만이고 50kt 이상이면 수폭으로 분류된다. 일각에선 이번 핵실험 위력이 100kt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김정은은 2020년까지 수폭 등 최대 100여 기의 핵탄두를 확보하면 미 전략무기도 두렵지 않다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북한이 공개한 수폭 모형은 1980년대 핵보유국이 개발한 ‘표준형 수폭’과 동일한 모습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한국의 대북 입지는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무장을 저지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정책 기조가 ‘비핵화’에서 ‘비확산’으로 옮겨 갈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석론’ 같은 한국 주도의 대북정책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황인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