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최근 ‘창조과학’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창조과학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진화론과 동등한 입장에서 평가해 달라’고 주장하지만 과학기술계의 입장은 항상 싸늘하다.
과학기술은 실험을 통한 검증의 학문이다. 자연현상에 대해 의문을 갖고, ‘가설’을 세운 후 실험을 설계해 반복한다. 이렇게 나온 실험 결과가 가설에 부합한다는 충분한 근거를 얻으면 과학자는 그 결과를 논문으로 정리해 학계에 발표한다. 다른 과학자들의 호된 평가를 거치기 위해서다. 이 과정을 모두 거쳐 인정을 받아야만 가설은 마침내 학계의 정설로 자리 잡는다.
창조과학은 이와 반대로 성경에 실린 이야기를 과학적으로 증명해 보겠다는 움직임이다. 논리 그 자체는 ‘평평한 지구’를 주장한 인터넷 괴문서와 결이 다르지 않다. 우주 나이 138억 년, 지구 나이 46억 년조차 부정하는 경우가 많다. 성경에 나온 기록을 토대로 지구의 나이는 1만 년 안쪽이라는 것이다. 이러니 과학계는 창조과학을 절대 과학으로 보지 않는다. 그냥 ‘창조설’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
창조과학은 종교적 논리에서도 문제의 소지가 있어 일부 기독교인 사이에서도 배척받고 있다. 신의 창조를 믿는 종교인은 세상과 자연에 드러난 모든 과정을 신의 작품으로 여기고 존경하는 마음을 갖는다. 이런 신의 창조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겠다는 태도는 다수의 신학자들에게 비판받는 대목이다.
최근 문제가 불거지자 한국창조과학회는 8월 28일 ‘한국창조과학회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글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우리는 이단이 아니며, 과학을 부정하거나 하나님의 창조 행위를 왜곡하지 않는다”며 “한국창조과학회와 해외의 창조과학 단체들은 순수 기독교 복음주의에 따른 초교파 학술 단체”라고 밝히며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과학자 개인이 가진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의도는 없다. 과학자도 종교를 가질 수 있으며 이는 불가침의 영역이다. 그러나 ‘기독교인이자 과학자인 사람’과 ‘창조과학을 믿는 과학자’는 그 결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비과학의 영역과 과학의 영역을 혼동하는 이를 결코 온전한 과학자라 부르기 어려운 까닭이다.
과학은 명백한 사실을 검증한 지식의 탑이다. 이 원칙이 무너질 때 과학은 설 자리를 잃는다는 점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