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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의 반격…하나금융·SK텔레콤 합작 ‘핀크’ 출범

입력 | 2017-09-05 05:45:00


인공지능 활용한 자산관리 앱 서비스
카카오·케이뱅크에 맞선 전략적 포석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돌풍에 시중은행이 가시적 맞불을 놨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 합작한 ‘핀크’가 4일 서울 중구 을지로 소재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그랜드 오프닝 행사를 열고 첫 정식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다.

● 소비패턴 분석 통해 과소비 막아

핀크는 신용카드 거래내역을 기반으로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금융상품 소개를 통해 자산관리를 돕는 앱 서비스다. 인터넷전문은행에 없는 차별화된 기능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20∼30대 젊은 고객들의 소비 내역을 꼼꼼히 체크하고 과소비를 막는 게 핵심. 민응준 핀크 대표이사는 “더 이상 금융상품 자체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지 못할 것이고 상품에 서비스를 얹는 경쟁들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핀크가 인터넷전문은행보다 먼저 뛰어들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용카드 내역으로 지출 내용과 현금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씨미(SEEME)’, 인공지능 기반 금융 챗봇(채팅로봇)인 ‘핀고(Fingo)’,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핏미(FITME)’로 구성됐다. ‘씨미’는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계좌 내역뿐 아니라 신용카드 거래 내역까지 한 눈에 볼 수 있게 해준다. 공과금 등 고정비용 지출과 외식, 쇼핑, 문화생활 등 카테고리별 소비 패턴 분석도 가능하다. 소득 대비 지출내역 분석으로 월말 자금이 얼마나 남는지도 알 수 있다.

여기에 금융 챗봇 ‘핀고’에게 텍스트로 질문을 하면 좀 더 세밀한 지출 내역을 살펴볼 수 있다. ‘지난달 식비로 얼마를 썼지’라고 메시지를 채팅 창에 적으면 핀고가 금액과 세부 항목을 화면에 보여주는 식이다.

직접 가입이 가능한 KEB하나은행과 하나카드 상품도 있다. ‘핏미’ 항목을 누르면 결제 금액의 일정비율을 자동으로 저금할 수 있도록 하는 ‘라면저금’, SK텔레콤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4% 금리 혜택을 주는 ‘T핀크적금’, 하나카드와 제휴한 ‘투뿔카드’ 등의 금융상품이 제공된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금융의 딱딱하고 복잡한 이미지를 벗고 쉽게 저축하고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

금융업계는 핀크 앱 출시를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사전포석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015년 인터파크 컨소시엄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바 있기에, 핀크 출범을 계기로 하나금융그룹과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마침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필두로 한 금융당국이 제3의 인터넷은행 추가인가에 긍정적이라 시의성도 좋다.

하지만 핀크 측은 인터넷전문은행 추진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했다. 예정욱 핀크 부사장은 “추진 여부는 모회사인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이 의사결정해야 할 부분”이라며 “지금까지는 검토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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