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장 전통시장 진출기]<6> 서울 망원시장 ‘무침프로젝트’ 전희진 사장
1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무침프로젝트 홍어무침’의 전희진 대표(왼쪽)가 시장을 찾은 손님의 입에 직접 만든 홍어무침을 넣어주고 있다. 전 대표는 “홍어를 잘 모르는 사람도 경험해볼 수 있도록 시식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게 앞 매대에는 ‘안 사도 돼요. 잡숫고 가세요’라는 푯말이 붙어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올해 2월 망원시장 골목 가운데엔 기존 먹을거리와는 다른 매장이 하나 들어섰다. 이름은 ‘무침프로젝트 홍어무침’. 이름에서 드러나듯 홍어무침을 전문으로 한 매장이다. 시장에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여타의 먹을거리와는 성격이 다르다. 반찬이나 술안주로 더 어울리는 메뉴이기 때문이다.
오직 포장으로만 판매하고 있었지만 손님들은 끊임없이 찾아왔다. 5분가량 가게에 머물렀는데 5명 이상이 홍어무침을 사 갔다. 직원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안 사도 괜찮으니 맛보고 가시라”고 시식을 권유했다. 그는 먹음직스럽게 빨갛게 무쳐진 홍어를 들어 깻잎에 싸 종이컵에 담았다. 지나가는 손님들은 호기심에 하나씩 맛을 보기 시작했다.
전 대표는 중앙대에서 조소를 전공한 미술학도. 직장생활을 하다 미대에 들어간 경우였다. 미술계에서 본인의 꿈을 펼칠 수도 있었지만 ‘홍어’ 장사를 하게 된 것은 어머니 덕분이다. 전 대표의 어머니는 약 20년간 서울 은평구 응암동 대림시장에서 홍어요리 전문점을 운영해 왔다.
“약 3년 전 어머니가 몸이 안 좋아지시면서 장사를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1년만’이라는 생각으로 요리사가 꿈인 남동생과 어머니를 돕게 됐죠. 어머니 가게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니 사업에 욕심이 났고 따로 독립된 가게를 차리게 됐습니다.”
어머니의 가게에서는 소위 홍어 하면 떠오르는 요리를 팔고 있다. ‘홍어회삼합’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전 대표는 홍어회삼합보다는 홍어무침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는 “삭힌 홍어로는 승부를 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 홍어무침을 만들어 시식을 권유해 보니 ‘이걸로는 젊은이들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전 대표가 파는 홍어무침은 다양한 실험을 거쳐 나온 결과물이다. 가게에서 물건을 산 손님들의 포장봉투에 담긴 건 빨갛게 버무려진 홍어무침이 아니다. 빨갛게 무쳐지기 전인 홍어살과 각종 채소, 양념이 각각 개별 포장돼 있다. 즉, 먹기 전 바로 무쳐 먹도록 한 것이다.
이런 방식은 홍어를 무쳐서 파는 것보다 비용이 더 든다. 채소를 계량하고 양념을 개별 용기에 담아줘야 하는 과정이 필수적이기에 인건비, 포장비 등을 더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전 대표는 “비용이 더 드는 방식을 택했지만 홍어 유통과정을 줄여 소비자 가격은 적정선에 맞추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전 대표의 남동생인 전은철 씨(28)는 새벽 부산에서 올라오는 아르헨티나산 홍어를 받아 직접 손질하고 있다. 중간 도매 과정을 생략하도록 한 것이다.
무침 없는 홍어무침을 팔게 된 데에는 식재료에 대한 자부심도 깔려 있다. 전 대표는 특히 무침에 대한 불신을 언급했다. “최근 식재료에 대한 불신이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특히 빨간 양념으로 만드는 무침은 원재료가 무엇인지 얼마나 신선한 것인지 의심하는 눈초리가 있죠. 그래서 무치기 전 재료가 신선하다는 걸 직접 보여주고 싶었어요.”
망원시장에 가게를 내기까지는 1년여의 준비과정을 거쳤다. 미술 전공을 살려 가게 인테리어와 간판 서체 등은 전 대표가 직접 작업했다. 초기 창업자금은 어머니의 가게에서 번 돈으로 충당했다. 일부는 신용보증재단을 통해 대출도 받았다. 청년상인 지원사업을 통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가게를 꾸린 경우다.
주위에 젊은 세대가 많이 산다는 걸 염두에 두고 취한 전략도 있다. 어머니의 가게에서 홍어무침은 1.6kg(2만 원)짜리 포장부터 판다. 하지만 전 대표는 이게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망원시장 가게에선 1, 2인 가구를 타깃으로 400g(6000원), 800g(1만 원)짜리 포장부터 판매하고 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