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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과 거래하는 국가와 무역 중단”… 中겨냥 ‘세컨더리 보이콧’ 꺼낸 美

입력 | 2017-09-05 03:00:00

美재무도 “새 패키지 제재 준비중”… 中일반기업-은행 제재 가능성
‘北석유 공급 차단’ 中 강력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를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카드를 꺼냈다. 북한 교역의 90%를 차지하고 북한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중국이 주요 타깃이지만 그 밖의 나라도 북한과 거래를 하면 정상 거래와 불법 거래를 막론하고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나라와 모든 무역을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중국이 도우려고 하지만 성과가 거의 없다”며 중국이 북한에 더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폭스뉴스에 출연해 “대북 경제 제재의 새로운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 재무부가 북한의 외화벌이나 돈세탁에 관여한 중국의 대형 은행을 제재 대상에 올려놓는 데서 나아가 식량 등 일반 교역 기업과 은행까지 손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대상 국가는 물론이고 그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이나 금융기관도 제재하는 수단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의 효과는 이란에서 입증됐다. 2010년 미국에서 세컨더리 보이콧이 확정되자 이란은 수출 길이 막혀 경제난에 허덕였고 5년 뒤인 2015년 결국 핵협상에 서명했다.

북한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은 중국 제재로 해석된다. 북한 교역의 90%가량을 중국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 기업이 받을 영향과 중국의 통상 보복을 우려해 앞선 북핵 위기 때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을 은근히 시사하면서도 실제 시행에 나서진 못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올해 1월 상원 인준청문회 과정에서부터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7월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세컨더리(보이콧) 옵션을 미국 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말로만 중국을 겁줬던 미국의 태도가 더 구체적이고 강경해진 것은 6차 핵실험을 계기로 중국을 통해 북한을 최대한으로 압박해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을 움직여야만 하는데 중국이 말을 듣지 않으니 이번에는 반드시 세컨더리 보이콧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앤서니 루지에로 전 미 재무부 부국장은 지난달 25일 폭스뉴스 기고를 통해 “중국 은행은 불법 네트워크 운용에 필수적 역할을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을 타깃으로 압박을 강화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가 미중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고 나아가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 역시 미국이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제프 플레이크 미 상원의원(공화)은 CNN에 출연해 “북한과 관련해 미국이 갖고 있는 좋은 옵션은 없다”고 말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므누신 장관이 꺼내든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는 4일부터 시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새 대북 제재 협상 과정에서 중국을 압박해 대북 원유 공급 차단 또는 감축을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강 장관도 국회에서 세컨더리 보이콧 협의 사실을 공개하면서 “유엔 안보리 협상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미국이) 일방적인 제재도 적극 검토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 부분은 저희와 긴밀히 공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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