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核 폭주… 6차 핵실험]문재인 대통령, 대북 제재-압박으로 선회
○ 진땀 나는 북핵 외교전 벌인 文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0시 45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조치를 논의했다. 두 정상 간 통화는 북한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로 미사일 탄두 중량 확대를 합의한 1일 통화 이후 사흘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북 유화책’에 대해 비판하면서 불거진 한미공조 균열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끝나는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양국 정부의 조율을 거쳐 이날 오후 통화했다. 이에 앞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전날 두 차례에 이어 이날도 통화를 하고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및 양국 공조 방안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중국 러시아와 정상 간 소통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등으로 얽혀 있는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통화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 대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이날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통화를 하고 향후 북핵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별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잇달아 통화를 하고 북한 도발에 대한 국제 공조를 논의했다. 메르켈 총리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앞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제재 결의 채택을 추진할 계획으로 독일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 대화보다 일단 제재로 선회한 정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안보가) 완전히 상황이 바뀌었다. 국방이 새로운 판을 짜고, 새로운 작전개념을 잡아야 한다”며 정부 내 달라진 대북기조를 전했다. “제재와 함께 협상 테이블로 나오면 밝은 미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던 지금까지의 기조에 비해 강경해진 대응 조치다. 6차 핵실험으로 대북 기조의 부분적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06년 1차 핵실험 직후 방코델타아시아(BDA) 자산 동결 등 강도 높은 제재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로 이어졌던 만큼 현 단계에선 초고강도 제재로 북한이 스스로 대화 테이블로 나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